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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유산과 생물다양성

입력 2021.07.30 03:00

수정 2021.07.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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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농업유산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가 있다. 2013년 청산도 구들장논이 제1호로 지정된 이후 올해 강진 병영성 연방죽이 제16호로 지정되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역사성, 생계 유지, 고유 농업기술, 전통농업 문화, 특별한 경관, 생물다양성 등을 고려하여 지정한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오충현 동국대 교수

국가농업유산보다 상위 개념인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도 있다. 세계농업유산제도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 도입하였다. 전 세계의 전통농업은 생물다양성 파괴, 문화다양성 상실, 빈곤과 인구 증가, 부적절한 개발계획 등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위협요인으로부터 전통농업을 보전하기 위해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지속가능개발 세계정상회의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가 도입되었다. 2002년 지속가능개발 세계정상회의는 1992년 개최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리우회의 이후 10년간 지구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고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회의이다. 이 회의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를 도입한 것은 전통농업이 가지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파괴에 대한 대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금산 인삼농업, 하동 전통차농업, 담양 대나무밭농업의 5개 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농업유산은 인류사회와 자연환경의 오랜 공동진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경관과 생물다양성이 유지된다. 농업유산은 자연, 가족, 지역사회, 역사, 소속감, 생업활동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업유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지만,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 가치와 정체성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농업유산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연속되는 유산이다. 농업유산의 이런 특징으로 인해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일반 문화유산과는 달리 지역의 사회경제적 이익 창출과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적응, 해당 농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보전활동, 즉 동적보전활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통농업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농업유산들이 발굴되기도 전에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 우리 농촌에 흔히 있던 다랑논이 대표적이다. 다랑논이 사라지면서 다랑논과 관련된 농법, 농촌문화, 종자, 더불어 살아가던 메뚜기와 개구리 등 생물자원이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 이들 농업유산의 소실은 결국 해당 지역의 정신과 기억, 문화와 경관, 생물다양성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계적으로 국가나 지방 차원의 농업유산 보전 제도를 가진 국가는 많지 않다. 다행히 우리 정부와 전남도는 국가와 지방 차원에서 농업유산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수천년간 농업을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다양한 농업유산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사라지면 다시 복구하기 어려운 것이 농업유산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그리고 문화와 경관 보전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농업유산을 발굴하고 보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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