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역설적 ‘슬기로운 감빵생활’…더 힘들어진 ‘수감’에 손편지·전화 늘었다

이효상 기자
코로나가 만든 역설적 ‘슬기로운 감빵생활’…더 힘들어진 ‘수감’에 손편지·전화 늘었다

“운동 못하는 게 제일 참기 힘들었다. 30분이라도 뛰고 땀을 내고 씻으면 개운한데 계속 방에만 있으라고 하니까 답답했다.”

지난 5월 출소한 A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더 힘겨워졌다고 말했다. 앞서 몇 차례 교도소 신세를 졌던 그는 이번에는 1년2개월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A씨는 이번 수감생활 동안 코로나19로 전에 없던 제약을 견뎌야 했다. 일단 접견이 제한됐다. 교도소에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예약된 접견도 전화로 대체했다. 꼭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조정될 때마다 접견 횟수가 널을 뛰었다. 차라리 지인들에게 전화나 편지로 연락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A씨는 하루 30분의 운동시간이 사라진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예닐곱 명이 꽉 끼어 생활하는 방을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종교활동도 사라졌고, 영치금으로 반찬이나 간식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예전같지 않았다. 외부 납품업체가 과거만큼 왕래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 듯했다. A씨는 1일 “이것저것 제한이 많아지면 교도소 생활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며 “방에만 있는데 공간은 협소하지, 짜증나니까 사람들끼리 싸우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도소·구치소 내 수용자의 삶의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법무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용자 현황, 처우 등의 통계를 담은 ‘2021 교정통계연보’를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교정시설 상황을 담은 첫 통계자료다.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수용자들의 외부인 접견은 195만건으로 전년(316만건)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민원인이 교정시설을 방문해 얼굴을 맞대는 일반접견은 125만건으로 전년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변호인 접견 역시 전년대비 5만건 줄어든 31만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화상접견은 39만건으로 전년 대비 약 8만건 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접 대면은 줄고 화상접견이 늘어난 것이다.

편지나 전화 사용량도 증가했다. 수용자들이 외부로 보낸 편지는 약 60만통 늘었고, 수용자들이 받은 편지도 약 120만통 늘었다. 전화 사용 역시 78만통으로 전년보다 20만통 많았다. 1인당 연평균 전화기 사용 건수도 14.6건으로 2019년의 10.8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휴대할 수 있는 보관품은 줄었다. 보관품은 외부에서 보내온 차입품, 시설 내에서 구입한 구매품 등으로 나뉜다. 전체 보관품은 전년 대비 32만개 줄어든 325만개로 집계됐다.

수용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나 법무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 건수가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수용자가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수는 203건으로 전년 대비 51건 많았다. 법무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도 5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1만5000건 이상 증가했다. 특히 교정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가 3만8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정시설 내 감염 위험이 커지고 행동에 대한 제약이 많아지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수용자 간 폭행, 자살 등 교정사고 역시 늘었다. 2011~2019년 교정사고는 매년 900~1000건 안팎에 그쳤으나 지난 해에는 1241건 발생했다. 수용자간 폭행(577건)은 전년 대비 71건 증가했고, 교정직원에 대한 수용자의 폭행은 31건, 자살 시도는 45건 증가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교정 제도 자체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통계에 영향을 미친) 유일한 변수는 코로나19”라며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 수용자 관리도 보다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고, 수용자들 역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 날 열린 승리 집회 1월이 가장 더운 파라과이, 개울에서 더위 식히는 사람들 주현절을 맞이한 리투아니아의 풍경 애들레이드 사이클링에 참가한 선수들과 우승한 다니엘 헨겔드
아르헨티나까지 이어진 겨울 산불 프랑스의 해안선 후퇴를 막는 산림청과 어린이들의 노력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기념과 희생자 추모식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상하이 EH216-S 헬리콥터
이란-타지키스탄 공화국 대통령의 만남 카불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휴정 기념회 100주년 파트너십 맺은 영국-우크라이나의 회담 고베 대지진 30주년 된 일본, 희생자들을 기억하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