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노리는 또 한 명의 ‘금빛 미래’ 스포츠 클라이밍 서채현

서채현이 지난 4일 일본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스포츠 클라이밍 여자 예선에서 리드 종목에 참가해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여자 콤바인 예선 2위로 결선
8명 중 최연소에 ‘유일한 10대’
스피드·볼더링·리드 등 3종목
필승 전략 세워 “즐기면서 경기”
종목 ‘초대 챔피언’ 등극 도전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에는 ‘패기’를 앞세운 10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양궁에서는 ‘고교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이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수영 황선우(18·서울체고)는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수영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탁구 신유빈(17·대한항공)은 거침없는 경기력으로 한국 탁구의 미래임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 클라이밍에서도 10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채현(18·신정고)은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콤바인 예선에서 최종 순위 2위로 결선에 안착했다.

서채현이 4일 오후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부 예선 볼더링 종목에서 시합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클라이밍은 스피드, 볼더링, 리드 세 종목으로 나뉘어 있다. 올림픽에서는 콤바인 종목으로 세 종목을 합산해서 메달색을 결정한다.
스피드는 이름 그대로 15m 암벽을 누가 빨리 올라가는지 겨루는 종목이다. 볼더링은 로프 없이 5분 안에 다양한 인공 구조물로 구성된 4.5m 암벽에서 4개 코스를 로프 없이 통과해야 한다. 코스당 5분이 주어진다. 리드는 6분 안에 15m 인공 암벽을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종목이다. 오를 때마다 터치하는 홀드 개수로 점수가 매겨진다.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퀵드로에 로프를 걸면 ‘완등’이다.
각 종목의 순위를 곱한 점수가 낮은 순서대로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서채현은 스피드 17위, 볼더링 5위, 리드 1위로 합계 85점을 기록했다.
특히 서채현은 결선 진출자 8명 가운데 최연소이자 유일한 10대다. 예선 1위를 차지한 슬로베니아의 야냐 가른브렌트(22)와는 네 살, 3위를 기록한 일본의 노나카 미호(24)와도 여섯 살이나 차이 난다. 시상대에 오르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진기록을 써낼 수 있다.
예선에서는 최종 2위를 기록했지만 금메달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암벽여제’ 김자인의 뒤를 잇는 유망주로 꼽힌 서채현은 2019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주종목은 리드다. 그해 월드컵 금메달 4개를 목에 걸면서 리드 종목 랭킹 1위에 올랐다.
볼더링에서도 강하다. 지난 5월 말에 열린 전국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 겸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리드는 물론 볼더링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은 IFSC가 2019년 세계선수권 등 대회 성적과 대륙 안배로 배분했다. 아시아에서는 올림픽 출전권이 없는 아시아 선수 중 2019년 세계선수권 성적이 가장 좋은 남녀에게 출전 자격을 줬다. 세계선수권에서 13위를 거둔 서채현이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피드에서 최대한 중위권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뒤 볼더링과 리드에서 순위를 끌어올려 메달을 따겠다는 전략을 짰다. 실제로 예선에서 처음 17위에서 시작했던 서채현은 볼더링을 치른 후 10위, 리드까지 마친 후에는 2위로 올라섰다.
서채현은 생애 처음으로 오른 올림픽 무대를 즐길 계획이다. 그는 “결승에선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