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로그’ 도토리 에디터의 추천책 코너입니다.
허 베지터블스
장진아 지음|보틀프레스|104쪽|1만5000원
“하루가 마음에 드는 작지만 선명한 방법, 채소를 가까이 두는 일”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이 문구와 만나게 됩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베이스 이즈 나이스’를 운영하는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진아의 레시피와 에세이를 함께 담은 책인데요. 찬찬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도화동, 혹은 교토의 어느 골목길을 그와 함께 천천히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도토리 에디터는 딱 한 번 저자의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우엉, 표고버섯, 감자처럼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제철 채소로 정갈하게 차린 요리들을 맛보고 ‘어쩜 이런 맛이 날 수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이곳에서 밥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조용한 주방에서 혼자 요리하는 그를 당연히 ‘셰프’로 여길 텐데요. 그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이 식당을 열기 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한 적이 없다고요. 도쿄에서 식공간 연출을 공부한 저자는 뉴욕 등지에서 레스토랑의 컨셉을 세우고 운영 방향을 총괄하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저마다의 개성과 풍미를 지닌 채소를 익숙한 방법으로만 먹고 있는 것이 왠지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 거예요. 채소를 위주로 하는 요리는 어떨까.”
한국에 돌아와 베이스이즈나이스를 열게 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권하는 건 ‘채식주의’가 아니라 “채소 친화적인 애티튜드(태도)”인데요. 새로운 채소 요리를 통해 잊고 있던 맛을 알고 탐구욕을 가지게 되면, 식습관이 건강해지는 변화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책에는 ‘아침 식사’부터 ‘늦은 밤의 채소요리’(라고 쓰고 ‘술안주’라고도 읽습니다)까지 총 21개의 레시피가 담겨있어요. 재료도 레시피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조리순서도 제일 긴 게 7번까지예요.
도토리 에디터는 식당에서 맛보았던, 깔밋하고도 몹시 깊은 맛이 나던 표고 우엉 국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시금치로 잼을 만든다든지, 알배추로 주스를 만드는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져 빨리 맛보고 싶어졌고요.
장진아 디렉터의 경험과 생각도 풍성하게 담겨 있어,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 분께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