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김연경의 다리에 혈관이 터져 생긴 붉은 자국이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2020 도쿄 올림픽 한일전에서 극적인 5세트 역전승을 따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포함해 온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한데 엉켜 빙글빙글 돌았다. 경기가 끝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주장 김연경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오른쪽 허벅지에 맺힌 피멍 때문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일본의 거센 집중 견제를 받았다. 공격과 리시브가 모두 김연경을 향했다. 김연경은 피멍이 맺힌 다리로 풀세트를 뛰었다.
올림픽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 투혼이 이어졌다. 피멍이 들고 피가 흘렀는데도 참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메달 색깔을 넘어, 갑자기 찾아 온 변수를 참고 견디고 받아들이고 버티는 것은 스포츠가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다.
김연경은 2008년에도 무릎 관절 연골이 파열될 때까지 시즌을 치렀고, 국가대표 경기에 나섰다.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예선 때도 복부 근육이 찢어진 상태에서 진통제를 먹어가며 팀을 올림픽 본선으로 이끌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하나로 똘똘 뭉쳐 난적을 꺾어 나가는 ‘원 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여서정은 지난 1일 올림픽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1·2차 합계 14.733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고유기술 ‘여서정’을 시도한 1차 시기, 힘껏 뛰어가 온 몸을 비틀어 제대로 떨어졌다. 도움닫기 직전 왼 주먹으로 허벅지를 내려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여서정은 “집중하기 위한 루틴”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자리에 붉고 푸른 피멍이 맺혀 있었다. 여서정은 “아픈 줄 모른다”며 웃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은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수비하다 코트 바닥에 무릎이 쓸려 피가 났다. 16강전에서 또다시 넘어지며 무릎에 상처가 났다. 8강전 중국의 천위페이와의 경기 때는 네트 플레이를 하다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안세영은 “이보다 더 크게 다쳤어도 훈련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구 여자 신유빈은 독일과의 단체전 4강 단식 도중 오른쪽 팔뚝이 탁구대 모서리에 긁히면서 피를 흘렸다. 경기가 멈췄고, 상처에 붕대와 테이프를 친친 감았다. 신유빈은 “상처는 신경 쓰지 않고, 치료하는 동안 경기 어떻게 할 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최수연은 경기 당일 어깨가 좋지 않았다. 대표팀 물리치료사가 경기장에 동행할 정도였다. 결국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어깨가 탈구돼 벤치를 지켜야 했다. 최수연은 “팀원들을 믿고 있었다. 제 응원으로 언니와 동생들이 힘을 받은 것 같아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에 나선 권하람은 전날 선수촌 앞에서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다. 발 뒤꿈치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기에 나섰다. 아픈 발목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권하람은 “최선을 다했지만 제 실수로 부상도 생겼다.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