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빈 하트 귀국 인사. 연합뉴스
신유빈(17·대한항공·사진)은 지난 5일 귀국길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도쿄 올림픽이 열린 현지에선 실감하지 못했던 인기를 인천국제공항에서 확인한 신유빈은 기자와 만나 “카메라가 너무 많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무척 놀랐다”며 웃었다.
본인만 몰랐을 뿐,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이 빚어낸 대표적인 샛별이다. “메달 하나 따지 못했다”는 그의 쑥스러운 고백처럼 화려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탁구 여자 단식 3라운드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에게 졌고, 단체전 8강에선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신유빈이 온통 중국 출신 선수들로 가득한 올림픽에서 포기를 모르고 부딪치는 그림은 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신유빈의 성장 스토리도 스타 탄생에 일조했다. 신유빈은 2009년 5세라는 어린 나이에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탁구 신동은 자라는 길도 남달랐다.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에 조기 입단했고, 최연소 국가대표로 올림픽 무대까지 밟았다. 신유빈이 올림픽에서 활약한다는 사실이 대회 내내 화제를 모은 이유다.
그런데 신유빈은 인기보다 쑥쑥 자란 실력을 더 기뻐하는 눈치다. 여자 단식 2라운드에서 최고령 선수 니시아렌(58·룩셈부르크)을 상대하며 기술 탁구를 배웠고, 단체전 16강에선 한 팔이 없는 나탈리아 파르티카(폴란드)의 열정에 감동했다.
신유빈은 “까다로운 선수들과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친 게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 있게 플레이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유빈을 곁에서 바라보던 김경아 여자탁구대표팀 코치는 “탁구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기고 있을 때와 끌려갈 때의 경기 운영이 모두 달라야 하는데, 유빈이가 이런 부분을 많이 채웠다. 기술적인 면도 올림픽 전후로 달라졌다”고 칭찬했다.
신유빈은 이제 2024 파리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달라진 실력을 먼저 확인할 무대가 될 수 있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야 한다. 신유빈은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니 너무 고맙다. 파리 올림픽에선 꼭 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