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의리, 차세대 에이스로
김진욱은 불펜서 홀로 책임 완수
김혜성, 미국전 7안타 중 3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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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한국과 미국의 제2준결승전에서 미국 타일러 오스틴은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1회 첫 타석에 이어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똑같이 헛스윙하고 삼진으로 물러난 오스틴은 한국의 열아홉 살 이의리(KIA)에게 당한 것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의리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 막내다. 녹아웃 스테이지 1차전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5이닝 3실점으로 인상적인 국제대회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이날 미국전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빠른 공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모두 안정적으로 제구하며 미국의 강타자들을 줄줄이 돌려세웠다.
한국에는 현재 국가대표 에이스라 부를 만한 투수가 없다. 이번 대표팀이 선발 투수를 여럿 뽑아 이닝을 짧게 끊어 막는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 이유이기도 하다.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 이후 젊은 에이스가 나오지 않고 있던 KBO리그에 지난해 소형준(KT)에 이어 올해 이의리가 등장했다. 이의리는 패기 있고 깨끗한 투구로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감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이의리와 함께 막내인 김진욱(19·롯데) 역시 잘 던졌다. 지난달 31일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중간에 나가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고 지난 5일 미국전에도 등판했다. 불펜진이 와르르 무너져 1-2의 승부가 1-7로 바뀌어버린 6회말 2사 1루에서 김진욱은 3번 타자 트리스탄 카사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야무지게 잡은 뒤 7회 두 타자를 연속 맞혀 잡고 임무를 마쳤다. 내야수 김혜성(22·키움)은 1999년생, 강백호(KT)와 함께 대표팀 야수 중 막내다. 당초 유격수로 선발됐으나 박민우(NC)가 낙마하면서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조별리그에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쳤던 김혜성은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부터 황재균에게 선발 자리를 넘겼다. 그러나 이날 1-3으로 뒤지던 9회말 무사 1루 대주자로 투입돼 결정적 도루를 성공하고 득점해 역전 드라마 발판을 놨다. 다시 선발 출전한 5일 미국전에서는 침묵한 한국 타선에서 3타수 3안타를 쳤다. 한국의 7안타 중 절반 가까이를 9번 타자 김혜성이 책임졌다.
막내들의 활약은 국가대표 세대교체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