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 눈물 흘린 류한수
![[올림픽] 류한수의 아쉬운 올림픽. 연합뉴스](https://img.khan.co.kr/news/2021/08/06/l_2021080701000840900075231.jpg)
[올림픽] 류한수의 아쉬운 올림픽. 연합뉴스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첫 노메달
3년 뒤 나갈 유망주도 잘 안 보여
“국제 경쟁력 잃고 있는 것이 사실
베테랑들 책임감으로 풀어가야”
“아직 올림픽 생각만 하면….”
레슬러 류한수(33)는 이틀 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류한수는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뚫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내 올림픽은 끝났지만 후배들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탄식했다.
류한수는 지난 3일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레코로만형 남자 130㎏급 김민석(28)도 1라운드에서 탈락해 한국 레슬링은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쳤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이래 노메달의 수모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과정에서 선수단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악재가 겹쳤다지만 쉽게 받아들일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인 류한수가 더욱 답답한 것은 3년 뒤 파리에서 메달을 따낼 후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류한수는 “분명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올림픽 참가 선수가 2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레코로만형만 5명은 넘었을 것”이라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실력으로 밀어낼 후배가 있어 올림픽 은퇴를 결정한 게 아니라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
류한수는 힘든 운동 환경과 열악한 지원 속에 선수층이 얇아진 게 레슬링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진단한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했던 삼성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사 지위를 포기하면서 지원을 중단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 여파는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류한수는 “예전 같으면 수십명이 달려들던 선발전에 이젠 10명이 조금 넘는 숫자가 나온다. 국내 대회와 겹치면 선발전을 포기하는 후배들도 있다”고 말했다.
류한수는 이 위기를 베테랑 선수들의 책임감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당장 저변을 다지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면, 선배가 후배들을 끌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눈앞으로 다가왔기에 시간도 많지 않다. 류한수는 “남은 1년간 후배들을 가르치며 노력하겠다”면서 “내가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후배들을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