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17일 대장정…도쿄 올림픽이 남긴 세 가지 물음
축제 사라진 시합…올림픽의 의미는
정치·경제의 그림자…누굴 위한 대회인가
뿌듯하고 행복한 4등…메달이란 무엇인가

한국 선수들 ‘폐회식 인증샷’으로 마무리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8일 진행된 2020 도쿄 올림픽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안팎에서 개최 반대 목소리가 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대유행을 향하고 있었다. 개회 전날까지도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 반대 목소리가 50%를 넘겼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에서 개회식이 열렸다. 1조원 넘게 들인 경기장 안은 텅 비었고, 경기장 밖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반대 시위를 열었다. 온 나라가, 전 세계가 ‘거리 두기’를 강요받는 가운데 ‘축제’라는 올림픽이 가능한가. 아니, 과연 하는 게 맞을까.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은 심각한 질문을 안고 시작했고, 여러 질문을 남겼다.
■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 선수들의 동선이 격리 수준으로 제한됐다. 야구 대표팀 고영표는 “선수촌에서 돌아다니는 한국 선수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격리 셔틀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이동하는 겨우 몇 m 동안 스쳐 지나는 일본 시민들은 취재진을 흘겨보는 일이 많았다.
격리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7일 하루 일본 내 확진자 수는 1만5753명으로 연일 신기록을 이어갔지만, 대회 기간 올림픽 관계자의 확진자 수는 400명 수준으로 조절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자문하는 독립 자문위원회 브라이언 매클로스키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상황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도쿄가 전 세계에 주는 매우 중요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모습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동선이 제한된 가운데 응원 소리 하나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뛰어야 했다. 축제는 사라지고 경기만 남았다.
■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수많은 반대에도 올림픽은 강행됐다. IOC는 대회 직전 총회에서 100년 넘게 이어 온 모토를 바꿨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기존 모토에 ‘다 함께’를 더했다. 그러나 모두를 위한 올림픽은 아니었다. 올림픽 강행에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가 더해졌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정권 연장을 노렸다. 대회 전 극심했던 개최 반대 여론은 효과적인 코로나19 통제와 일본 대표팀의 선전(3위·금 27, 은 12, 동 17개)으로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 전략 성공. IOC 역시 돈을 벌었다. 중계권료는 IOC 수익의 70%를 차지하는데 NBC가 내는 도쿄 올림픽 중계권료는 14억5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나 됐다. NBC는 시청률을 위해 경기 시간을 그때그때 바꿨다.
선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 경쟁으로 내몰렸다. 박세리 골프 여자 대표팀 감독은 “도착 후 매일 검사를 했다.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 많았다. 무탈하게 끝나서, 그게 제일 다행”이라고 말했다.
■ 메달이란 무엇인가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금 1, 은 1, 동 4개) 이후 45년 만의 ‘최악의 성적’이라 불릴 만하다.
한국 스포츠는 과거와 달리 메달에 목매지 않는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눈물 흘리며 분해하는 대신 ‘엄지척’을 했고 상대의 손을 들었다. 4위라도 뿌듯했고 행복했다.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우하람, 역도 이선미 등은 “메달 대신 자신감을 얻었다. 다음 대회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선수들은 너를 이기는 것보다 나를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한 승리라는 것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