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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의 기억과 감사원 감사

입력 2021.08.09 03:00

수정 2021.08.0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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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7월5일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라는 제하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 결론은 금융감독원의 ‘사전 감독 부실’이었다. 흐음, 규제완화로 초래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사전 감독 부실’이라. 언론은 자극적인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으나, 내 머릿속에 떠오른 과거의 기억은 조금 달랐다. 오늘은 그 불편한 기억을 꺼내보기로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작년 12월 초, 나는 모 방송사 회의실에서 어떤 탐사보도팀과 마주 앉았다. 라임 사태에 대해 약간의 글줄을 썼던 덕분(?)에 방송사가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자문 요청을 해왔던 것이다. 핵심은 사기 여부였다. 사기로 판명되면 계약 취소를 통해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으나, 불완전 판매로 판명되면 대개 일부분만 회수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기로 약속해 놓고, 그 약속과 달리 ‘사모사채’에 투자했기 때문에 사기 아니냐고 물었다. 그게 세간의 시선이기도 했다. 옵티머스가 애초부터 사모사채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고의로 어겨 여기에 투자했다면 사기의 가능성이 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는 말을 뒤집어서 보면 ‘다른 곳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기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사모사채 투자 가능 알면서도
감사원은 이 점을 반영 안 해
또 다른 옵티머스 사태 막으려면
진실을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
그 진실의 모습이 무엇이건

그러다가 회의가 끝날 무렵 우연히 탐사보도팀이 제시한 판매 팸플릿 밑에 또 하나의 서류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 이게 뭐지?” 소위 ‘집합투자규약’이었다. 집합투자규약이란 처음에 펀드를 만들면서 펀드의 운용자와 투자자가 합의한 가장 원초적인 약속을 말한다.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규정한 ‘투자대상’은 뒷장에 있었다. 규약 제19조.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는 아니었다. 첫 번째로 열거된 투자대상은 ‘국내 발행 채권’이었다. 사모사채는 그 범주에 속한다. 이 규약만 보면 펀드 운용자는 사모사채에 투자해도 되고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도 된다.

판매 팸플릿을 다시 봤다. 거기에도 투자대상에 국내 발행 채권이 포함되어 있었다. 새삼 선입견의 무서움을 느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겠다는 ‘투자 포트폴리오’ 부문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투자대상’ 부문은 놓쳐버렸던 것이다.

나도, 방송사 관계자도 모두 순간 얼음이 되었다. 서로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물론 다른 정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옵티머스가 사기일 수도 있지만, ‘사모사채에 투자했다’는 논거만으로 사기라고 쉽게 몰아갈 수는 없었다. 섣부른 성격 규정보다 원칙 간의 우선 순위와 구체적인 정황을 살피는 조금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였다.

나는 내 자문을 취소하고 방송사를 나왔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크게 외친 것도 아니었다. 그것 외에도 옵티머스의 부정거래 증거는 많았고, 투자대상 부문은 나중에 피고 측 변호사들이 알아서 주장할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주지하듯이 사모펀드 사태의 핵심은 금융위가 앞장선 섣부른 규제완화였다. 금융감독 주체가 금융산업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 그것이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구의 문제이고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기도 하다. 보고서의 제목을 생각하더라도 감사원은 마땅히 이 부분에 집중했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금융감독 체제의 본질적 문제는 수박 겉 핥기로 넘어가고 ‘금감원이 제대로 했다면 부실을 막을 수 있었다’는 투로 결론을 내버렸다. 그 논거도 사모사채 투자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집합투자규약은 물론이고 판매 팸플릿에도 투자 대상으로 국내 발행 채권이 버젓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점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과연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접근한 것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해 1월에 방송된 그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찾아서 봤다. 투자 대상에 채권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뒷맛은 역시 씁쓸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안타까운 피해자를 양산했다. 그들의 피해는 정당하게 보전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제2, 제3의 옵티머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 진실의 모습이 무엇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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