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무덥고 ‘지지받지 못한’ TOKYO…무대를 빛낸 ‘젊고 강한 코리아’ OLYMPICS

도쿄 | 윤은용 기자

짜증 또는 희망 …두 얼굴의 도쿄 올림픽

8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 17일간의 열전이 펼쳐진 도쿄는 ‘두 얼굴의 도시’였다. 코로나19 대확산세 속에 개막 자체가 불안했던 만큼 대회 자체는 아슬아슬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올림픽을 통해 희망과 과제를 만났다. ‘Tokyo Olympics’의 철자 하나하나로 도쿄 올림픽을 돌아본다.

피곤하고 무덥고 ‘지지받지 못한’ TOKYO…무대를 빛낸 ‘젊고 강한 코리아’ OLYMPICS
스페인의 안나 고도이(위 사진)가 지난달 31일 일본 오다이바 마린파크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트라이애슬론 혼성 단체전을 마친 뒤 무릎을 꿇은 채 힘들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의 안나 고도이(위 사진)가 지난달 31일 일본 오다이바 마린파크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트라이애슬론 혼성 단체전을 마친 뒤 무릎을 꿇은 채 힘들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악명 높은 더위, 선수들 악전고투
일본 국민도 반대한 무리한 대회
맥없고 메시지도 실종된 개회식

■ Tired schedule(피곤한 일정) = 취재활동계획서(액티비티 플랜)의 승인 여부에 대한 답을 개막 직전까지 받지 못한 기자들이 적잖았다.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30~40분이면 족히 될 입국심사가 몇 시간씩 이어지는 등 모든 절차에 평소 몇배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현지 일본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하려는 동선 통제로, 도쿄에선 외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지내야 했다.

■ Odious weather(끔찍한 날씨) = 일본의 더위는 악명 그대로였다.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 특성상 습도도 굉장히 높았다. 바깥 공간에 잠깐 있어도 땀은 주룩주룩 흘렀다. 육상 경기는 낮과 밤으로 나뉘어 열렸는데, 낮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완주 후 트랙에 쓰러진 후 헐떡이는 모습이 아주 잦았다.

■ Keep tight control?(철저한 통제?) =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철저한 통제를 두고는 대부분 공감했다. 문제는 원칙만 철저하고 실제 관리는 허술했다는 것이다. 환승센터(MTM)로 향하는 버스 안은 북적였고, 개회식 날 올림픽 스타디움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여럿 보였다.

■ Yawning opening(하품 나오는 개회식) = 올림픽 개회식은 많은 문화 공연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그 공연 속에 전하고자 하는 여러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열린 상황에서 개회식 자체도 너무 맥없이 진행됐다. 오죽했으면 국내에서는 개회식이 아니라 장례식 같다는 반응도 있었을까.

■ Opposition(반대 많은 올림픽) = 여러모로 반대가 참 많은 대회였다. 올림픽은 전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데, 개회식이 열리기 며칠 전까지도 올림픽 개최에 찬성보다 반대하는 일본 국민이 많았다.

다이빙 우하람

다이빙 우하람

오진혁·김정환, 감동 리더십·투혼
한국 육상에 이정표 남긴 우상혁
황선우 역영엔 세계가 놀람·찬사

■ Overcome age(나이 극복) = 한국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오진혁(40·현대제철)의 리더십은 눈부셨다.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남자 펜싱 사브르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의 투혼도 빛났다. 노메달에 그친 진종오(42·서울시청)는 은퇴는 아직 아니라며 나이에 지지 않겠다고 했다.

피곤하고 무덥고 ‘지지받지 못한’ TOKYO…무대를 빛낸 ‘젊고 강한 코리아’ OLYMPICS

■ Last dance(라스트 댄스) =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선수로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으로서 후회없는 마지막 올림픽을 치렀다. 박세리 이후 한국 여자골프를 선두에서 이끌어왔던 박인비(33)도 최후의 불꽃을 태웠다. 오랜 기간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활약한 이대훈(29·대전시청)의 마지막 도전도 아름다웠다.

■ Young power(영 파워) = 양궁 대표팀의 막내이면서 2관왕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의 ‘빠이팅’은 도쿄 올림픽 기간 최고 유행어가 됐다. 여서정(19·수원시청)은 한국 여자 기계체조 사상 첫 메달로 마침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황선우(18·서울체고)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역영을 펼쳤고 신유빈(17·대한항공)도 파리 올림픽을 기대케 했다.

높이뛰기 우상혁

높이뛰기 우상혁

■ Make a history(역사 창조) = 이진택의 남자 높이뛰기 기록을 24년 만에 경신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의 도전은 한국 육상에 큰 희망을 안겼다. 근대5종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에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긴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는 한국 스포츠의 지평을 넓혔다.

■ Plunge of Combat sports(투기 종목의 쇠락) = 그동안 한국의 효자종목이었던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 투기 종목에서는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나오지 않았다. 투기 종목에서의 고전은 한국이 45년 만에 가장 좋지 않은 올림픽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 중 하나였다.

■ Impression(감동) =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4강 신화는 올림픽 기간 내내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 선수들끼리 붙은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경기 뒤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뭉클했다. 근대5종에서 4위에 그친 뒤 “동생(전웅태)의 등을 보고 뛰어 마음이 편했다”는 정진화(32·LH)의 말도 촉촉이 국민 가슴에 녹아내렸다.

양궁 안산

양궁 안산

펜싱 여자대표팀

펜싱 여자대표팀

■ Concentration(집중력) =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이 된 여자 양궁의 안산(20·광주여대). 그는 개인전 4강전과 결승전을 슛오프로 결정지었다. 단 한 발로 금메달을 가리는 가슴 떨리는 승부에서 두 차례 모두 10점에 명중시켰다. 여자배구 한·일전에서 연속 득점으로 승리를 이끈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 1초를 남기고 극적인 머리 공격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만든 여자 태권도 이다빈(25·서울시청)의 집중력 또한 최고였다.

■ Super weapon(초강력 무기) = 우리는 무기를 들면 강해진다. 은메달 1개를 따낸 사격에서는 미래를 기대케 하는 기대주들이 많이 나왔고, 펜싱은 종합성적 3위에 올랐다. 금메달 5개 중 4개를 가져온 양궁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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