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연경’ 남겨진 숙제
도쿄 올림픽 끝으로 사실상 ‘은퇴’
16년 동안 국가대표 ‘전력의 절반’
정지윤·안혜진 등 젊은피 큰 경험
국민적 인기 발판, 리더 발굴해야
16년간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을 짊어졌던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 여자배구는 전력의 절반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 위기에 처했다.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불과 3년 남은 상황에서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가 현역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몫으로 남았다.
김연경은 지난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경기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은 17세였던 2005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한국 여자배구를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 이번 도쿄 대회 4강으로 이끌었다. 한국은 김연경 덕분에 국제대회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싸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연경이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밝힌 이상, 한국 여자배구는 당장 내년에 개최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김연경 없는 대표팀을 꾸려 메달에 도전해야 한다.
이는 여자배구에 분명 위기지만, 김연경은 기회도 만들어 놓았다. 우선 여자배구의 인기를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그간 여자배구는 국제대회 활약을 디딤돌 삼아 국내 리그 인기를 키워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김희진(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이 비배구팬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렸다. 김희진은 무릎 수술을 하고 두 달 만에 올림픽에 나간 투혼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박정아는 지난달 31일 올림픽 예선 한·일전, 지난 4일 8강 터키전에서 듀스 상황마다 득점을 올려주는 승부사 면모를 자랑했다.
정지윤(현대건설), 안혜진(GS칼텍스)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김연경과 함께 뛰면서 큰 무대 경험을 쌓은 것도 이번 올림픽의 소득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교체 투입됐던 이들은 때로는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제 역할을 해내면서 4강 신화를 함께 일군 멤버로 여자배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이 그간 대표팀에 남긴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을 맞이했다. 지금 V리그에서 뛰고 있는 누군가는 김연경처럼 선수들을 뭉치게 하는 리더로 발돋움하고, 누군가는 차세대 대표팀 레프트로 성장해야 여자배구에 미래가 있다.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이 장차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 갈 후배들에게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통해 후배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