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테크’라는 이름의 허상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미술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예술품을 통한 재테크를 뜻하는 ‘아트테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예술품을 통한 재테크를 뜻하는 ‘아트테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아트 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작고한 국내외 작가의 미술품 중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과세하는 세제혜택에다, 위험성이 큰 주식 및 코인 대비 상대적 안정성까지 갖춰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하지만 미술품은 환금성이 낮고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예술적 가치가 검증된 박수근·이중섭·김환기 등의 근대 거장과 국내외 극소수 유명 작가 작품을 제외하면 소위 ‘돈 되는 미술품’은 드물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일부 거장 및 저명한 작가 작품들의 경우 경제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는 것과 소장은 차원이 같지 않다. 구매 예산에서 이미 차이가 있고, 이는 자산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쉽게 말해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대구에서 진행된 서울옥션 하반기 첫 경매 최고가 낙찰 작품은 구사마 야요이의 31억원짜리 회화이다. 올 상반기 경매 최고 낙찰가는 42억원을 기록한 마르크 샤갈의 작품이었다. 여타 작품들도 20억~30억원 내외다.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무리한 액수다.

그러자 이 틈을 비집고 등장한 것이 공동구매이다. 1000원이나 1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세계적인 작가 작품을 분할 소유해 감상과 투자 병행이 가능한 이 시스템의 특징은 가격 인상에 따른 차액 배당에 있다. 쪼갠 작품의 분할 소유권을 구매하고 향후 작품가가 상승했을 때 매각해 발생하는 차액을 노린다. 문제는 플랫폼마다 약간 다르지만 지분 비율에 따라 수익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넣은 사람일수록 유리한 구조이기에 결국 돈 놓고 돈 먹기에 가깝다. 신진작가들에게 자금을 넣어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도 있다. 맹점은 어떤 작가 작품이 뜰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열악한 창작환경과 민생고 등의 이유로 작업을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젊은 작가들의 경우 순수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예술활동의 연속성이 확보되고 훗날의 수익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투자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이처럼 아트 테크는 수익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애초 미술품 투자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 따윈 접는 게 현명하다. 그럼에도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강조하는 이들은 걸핏하면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를 예로 들며 금방 목돈이 모일 것처럼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술품 재테크 중심에 있는 미술품유통업자들조차 그리 부자처럼 비춰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에 박식한 그 많은 미술전문가들 역시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미술품 거래 업체의 홍보문구처럼 만약 미술품 투자로 연평균 20% 남짓한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왜 남들에게 알려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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