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 앞.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사 중인 국민의힘 A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 핵심 쟁점은 A의원이 포항시 전 시의원 B씨가 차명으로 후원금을 보낸 사실을 알면서도 받았는지 여부이다. 공수처가 내사를 수사로 전환할 경우 이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A의원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B씨 측으로부터 후원금 20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남편과 아들, 사위의 명의로 한 번에 연간 최고한도액인 500만원씩 보냈다.
A의원과 B씨는 서로를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에 B씨만 차명 후원금을 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1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A의원은 ‘불법 후원금을 인지하지 못하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원금을 낼 때는 A의원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A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원금을 받을 때는 (B씨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시에서는 A의원과 B씨가 전부터 아는 사이였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B씨가 후원금을 납부하던 2017년 초부터 포항시 중앙동 개발자문위원장, 19대 대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 자유한국당 당원협의회 부위원장 등 지역구 국회의원과 접촉이 많은 자리를 맡은 터라 A의원을 모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A의원과 B씨의 친분 관계가 확인되면 A의원이 B씨에게 공천을 준 것의 대가성 여부가 중요해진다. 대가성이 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처벌이 더 무거운 뇌물공여·수수 혐의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4월6일 B씨에게 1200만원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B씨가 시의원 공천을 바라고 후원금을 냈다고 판단했다. A의원 측은 “B씨 후원금 대가로 공천을 내준 적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포항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일부 예비후보들은 공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탈당한 전 예비후보 C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의원이 B씨에게 후원금 대가로 공천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당시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 측으로부터 포항시 ‘라’선거구에 여성 우선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출마를 준비했다. 하지만 지역구 당협위원장인 A의원이 끝까지 반대한 것을 알게 됐고, 결국 B씨가 공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C씨 대신 B씨가 바로 옆 선거구인 ‘마’선거구에서 여성 공천을 받았다. ‘마’선거구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려다 B씨에게 밀려난 D씨도 “ 예정에 없던 전략공천으로 경선을 치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A의원을 입건할 경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봐주기’였는지도 확인할 공산이 크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직 검찰의 봐주기 의혹을 살펴볼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A의원이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해 수사에 착수할 경우 ‘혐의가 없다’고 한 검찰의 처분을 들여다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