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집계 1995년 이후로 최하위
격차 줄이는 ‘향상률’도 26% 그쳐
여성 임원 비율, 일본 절반도 안 돼
고용단절에 비정규직 비율도 높아
한국은 26년째 성별 임금격차 꼴찌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5년 이래 최하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개선 노력도 바닥권이라는 점이다.
경향신문이 OECD 홈페이지에서 1995년부터 2019년까지 회원국들의 성별 임금격차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이 기간 44.2%에서 32.5%로 11.7%포인트 임금격차가 감소해 26.5%의 향상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향상률 33.9%엔 미치지 못한 수치다. 한국의 바로 앞 순위인 일본은 36.7%였고, 임금격차를 빠르게 줄여온 영국은 이 기간 42.9%의 향상률을 기록했다. 각각 한국의 1.4배, 1.6배다.
세계 최하위권인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 증가 속도도 끝에서 두번째인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유리천장지수의 평가요소로 함께 발표한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에서 한국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2.1%에서 4.9%로 2.3배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본은 3.4%에서 10.7%(3.1배)로 더 많이 개선됐다.
한국은 경제활동의 기본지표부터 성별격차가 뚜렷하다. 지난 20년간(2000~2020년) 남녀 고용률은 미미하게만 개선됐을 뿐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며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30대 여성 고용률이 뚝 떨어지는 M자형 곡선도 수십년째 지속되며 고착화되고 있다. 고용단절로 인해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30대 초반(30~34세)에 피크를 이루고, 남성은 40대 후반(45~49세)에 정점을 찍는 모양도 10년 전과 닮은꼴이다. 여타 선진국들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M자 곡선은 한국형 곡선으로 굳어질 판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9.9%에서 2020년 45.0%까지 늘었고, 고용평등 촉진을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관·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증가 속도마저 2019년 역주행(-0.8%)으로 돌아섰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18년 제8차 한국 정부 심의 최종 견해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게 성별 임금격차가 지속되는 점과, 초단시간 노동자의 여성 비율이 70.2%인데다 그들이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CEDAW는 공공기업,민간기업 대상의 ‘임금공시제도’ 도입도 권고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우수한 여성 인력이야말로 사회의 성장 잠재력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선진국 중 일터의 성차별에 이처럼 손을 놓고 있는 나라는 없다. 반복되는 좌절 속에 여성들은 비혼과 저출산으로 응답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채용부터 배치, 승진, 해고까지 단계별 일터의 성차별 정황이 심각한데도 실태 파악 노력부터 미루고 있다”며 “앞으로도 성별 격차가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대단히 암울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