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더 맛있는 복숭아, 만지지 말고 '품종'으로 고르는 법

장회정 기자

“올해는 복숭아 많이 드세요.”

비가 많이 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복숭아 맛이 아주 좋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껍질 처리가 쉬운 식품 소비가 늘면서 복숭아 구매 비율이 늘었다. 폭염과 작황 부진으로 수박 한 통 평균 가격이 경매가 기준 2만5000원까지 치솟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입추가 지나고 무더위의 기세가 꺾이는 것은 반갑지만, 복숭아를 즐길 수 있는 여름이 가는 것은 어쩐지 아쉽다.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 부지런을 떨면 본격 시즌을 맞은 황도부터 속노란 천도, 제대로 된 ‘물복’ 백도까지 고루 맛볼 수 있다.

2016년 국내에서 육성된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천도 ‘옐로드림.’ 당도가 13.6브릭스에 달한다. 농촌진흥청 제공

2016년 국내에서 육성된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천도 ‘옐로드림.’ 당도가 13.6브릭스에 달한다. 농촌진흥청 제공

■복숭아, 만지지 말고 품종으로 고르자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복숭아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다. 복숭아 품종은 크게 유모계와 무모계로 나뉜다. 털 있는 복숭아는 황도와 백도가 대표적이고, 털 없는 복숭아는 천도 품종이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재배 면적 중 83%가 털 있는 복숭아, 17%가 털 없는 복숭아가 차지하고 있다.

복숭아 나무는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죽는 단점이 있었다. 국내 소비 시장의 절반 이상이 일본 품종이었다가, 농촌진흥청의 꾸준한 개발에 따라 국산 품종 점유율은 35.5% 수준으로 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 ‘유명’은 1977년 육성된 대한민국 1호 복숭아 품종이다. 이후 ‘미홍’, ‘수미’ 등의 백도 품종이 개발됐다. 털 없는 천도의 대표 품종은 ‘천홍’이다. 색이 붉고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워 국내 천도 중 재배 면적이 가장 넓다. 최근 5~6년 사이 육종된 신품종 ‘옐로드림’, ‘스위트퀸’은 당도는 높이고 산도는 줄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보급 초기 단계인 이 품종들은 올해 일부 농가에서 첫 출하되어 각 지역 로컬매장, 생활협동조합 등에서 판매됐다.

도넛복숭아, 납작복숭아 등으로 불리는 반도. 농촌진흥청 제공

도넛복숭아, 납작복숭아 등으로 불리는 반도. 농촌진흥청 제공

유럽 현지에서 먹은 ‘도넛 복숭아’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권정현 농업연구사에 따르면 모양이 납작한 복숭아의 이름은 반도(蟠桃)다. 접시복숭아, 납작복숭아라고도 하고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에서는 Saturn(토성), 미국에서는 UFO라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반도는 중국 품종이다. 반도 품종이라고 해서 원형 복숭아보다 더 맛있는 것은 아니며 품종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다. 또 꼭지 반대편에 과일 터짐이 잦아서 재배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한다. “최근 이색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한 반도 품종을 개발 중에 있고 현재는 우량 계통을 평가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잘 물러지지 않는 백도 ‘유미’ 품종은 싱가포르를 필두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권 연구사는 “복숭아는 소비자의 선호도, 기후 환경 변화, 재배 편리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품종이 변화하고 있다”며 “민간에서도 육종 개발이 활발한 과종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품종 개발이 이뤄져 국산 품종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딱복’의 대표 선수격인 ‘유명’. 농촌진흥청 제공

‘딱복’의 대표 선수격인 ‘유명’. 농촌진흥청 제공

탕수육에 ‘부먹파’와 ‘찍먹파’가 있다면, 복숭아에는 ‘딱복파’와 ‘물복파’가 있다. 앞서 언급한 ‘유명’이 딱복의 대표 선수다. 단단한 육질을 아삭아삭 씹는 맛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껍질을 살살 벗겨가며 몰캉한 속살을 후루룩 삼키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권정현 농업연구사에 따르면, 딱복(단단한 복숭아)과 물복(부드러운 복숭아)은 품종과 후숙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판매처에 품종명이 적혀있다면 이를 확인한 뒤 구입하면 된다. “다만 부드러운 복숭아도 유통을 위해 조금 일찍 수확하기 때문에 구매 당시에는 단단할 수 있습니다. 상온에서 1~3일 정도 후숙시키면 과즙이 많고 부드러운 복숭아를 드실 수 있습니다.”

권 연구사는 “과일은 냉장 온도(4도)보다는 10도 전후에서 단맛이 더 느껴진다”며 “복숭아를 3일 내로 먹을 거라면 상온에 두는 것이 좋고, 3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면 냉장보관할 것”을 권했다. 냉장보관했다면, 1~2시간 전 상온에 꺼내두었다가 먹으면 좋다.

2017년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 ‘이노센스’. 속이 하얀 천도종이다.  농촌진흥청 제공

2017년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 ‘이노센스’. 속이 하얀 천도종이다. 농촌진흥청 제공

■이번 여름 꼭 먹어야 할, 권정현 농업연구사의 추천 복숭아

복숭아는 출하 시기에 따라 조생종(6월 말~7월 중순), 중생종(7월 중순~8월 중순), 만생종(8월 중순 이후)으로 나뉜다. 권정현 농업연구사로부터 8월 중순 이후 출하되는 중·만생종 복숭아를 추천 받았다. 과일 매장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복숭아를 손으로 만져보고 고르는 것이다. 품종과 맛, 특징을 미리 알고 가면 매너있으면서도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할 수 있다. 권 연구사는 “복숭아에는 니코틴 해독 효과가 있어서 흡연자들에게 더욱 추천”이라고 권했다. (*표시가 있는 종은 국산 품종.)

▲백도

·천중도백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출하되는 품종입니다. 남부지역에서 8월 상중순에 출하되기 시작하여 북부 지역에서 8월 중하순에 수확됩니다. 백육계(과육이 흰색) 털복숭아로,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는 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천중도백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출하되는 품종입니다. 남부지역에서 8월 상중순에 출하되기 시작하여 북부 지역에서 8월 중하순에 수확됩니다. 백육계(과육이 흰색) 털복숭아로,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는 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홍금향: 천중도백도와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품종입니다. 하얀 백육계 털복숭아로,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는 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홍금향: 천중도백도와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품종입니다. 하얀 백육계 털복숭아로,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는 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유명*: 시간이 지나도 단단한 딱딱한 복숭아로 8월 중순경에 출하됩니다. 속이 하얀 백육계 털복숭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1977년)로 육성된 품종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유명*: 시간이 지나도 단단한 딱딱한 복숭아로 8월 중순경에 출하됩니다. 속이 하얀 백육계 털복숭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1977년)로 육성된 품종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아부백도: 딱딱한 복숭아의 한 종류로 8월 중하순경에 출하됩니다. 유명보다 약간 늦게 출하되며, 과육이 하얀 바탕에 붉은색으로 착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아부백도: 딱딱한 복숭아의 한 종류로 8월 중하순경에 출하됩니다. 유명보다 약간 늦게 출하되며, 과육이 하얀 바탕에 붉은색으로 착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황도

·선골드: 8월 중순에 출하되는 부드러운 황육계 털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선골드: 8월 중순에 출하되는 부드러운 황육계 털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백천황도*: 8월 중하순에 출하되는 황육계 털복숭아입니다. 수확할 때는 단단하지만 후숙되면서 부드러워지는 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백천황도*: 8월 중하순에 출하되는 황육계 털복숭아입니다. 수확할 때는 단단하지만 후숙되면서 부드러워지는 복숭아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장호원황도*: 9월 상중순에 출하되며, 황육계 털복숭아로 부드러운 복숭아입니다. 국내에서 출하되는 황육계 복숭아 중에는 출하량이 가장 많으며, 거의 시즌 마지막 품종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장호원황도*: 9월 상중순에 출하되며, 황육계 털복숭아로 부드러운 복숭아입니다. 국내에서 출하되는 황육계 복숭아 중에는 출하량이 가장 많으며, 거의 시즌 마지막 품종입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만생황도*:9월 하순에 출하되는 마지막 품종으로, 장호원황도의 만숙 변이 품종이며, 장호원황도보다 유통량이 적습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만생황도*:9월 하순에 출하되는 마지막 품종으로, 장호원황도의 만숙 변이 품종이며, 장호원황도보다 유통량이 적습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천도

·환타지아: 8월 하순에 출하되는 속이 노란 천도 품종으로 후숙되면 새콤달콤한 맛이 납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환타지아: 8월 하순에 출하되는 속이 노란 천도 품종으로 후숙되면 새콤달콤한 맛이 납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플레이버탑: 8월 하순에 출하되는 속이 노란 천도 품종으로 맛은 새콤합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플레이버탑: 8월 하순에 출하되는 속이 노란 천도 품종으로 맛은 새콤합니다.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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