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에 ‘공존’, 일에 ‘대화’ 언급한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독과 서독이 신의를 쌓으면서 보편주의·다원주의·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독일 모델’을 만들고 45년 분단을 끝낸 것처럼, 남북도 공존·비핵화·평화 등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일본을 향해선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북·대일 메시지는 이전 광복절 경축사와 비교할 때 분량도 줄고 원론적이었다. 꽉 막힌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 큰 이익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전과 달리 평화협정·종전선언 등은 언급하지 않고, 구체적 남북협력 제안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 2주 만에 끊는 등 남북관계가 꼬인 상황에서 섣부른 제안을 할 경우 대내외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 만큼, 남은 임기 9개월 동안 반전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했던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언급하며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한·미 훈련 등을 빌미로 군사적 긴장을 강화할 생각을 접고, 방역·보건을 매개로 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과거사와 미래협력을 ‘투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양국은 분업과 협력으로 경제성장을 함께 이뤘다”고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 점이 주목된다. 취임 후 다섯 차례의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가장 유화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날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일부 각료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일본의 성찰과 반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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