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길이 71m…태양광 가득히 한 계절을 난다
미국과 스페인 합작기업 ‘스카이드웰러 에어로’가 만든 태양광 무인기의 비행 모습. 날개 길이가 보잉747 제트기보다 긴 71m에 이른다. 스카이드웰러 에어로 제공
최장 25일 비행한 ‘제퍼에스’ 3배 날개 길이…보잉747 점보기보다 길어
미 해군이 발주…함정 호위·통신 등 “특정 목표 관찰 임무”
머지않은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미국의 시골길, 터진 트럭 타이어를 수리하던 아버지(매슈 매코너헤이)와 10대 남매의 머리 위로 굉음을 내는 검은 물체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정체는 저공 비행하는 인도 공군 소속의 무인기였다. 가족은 트럭을 몰고 무인기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뒤 자율비행 시스템을 해킹해 무인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들이 무인기를 잡으려고 한 건 태양전지를 떼어내 콤바인 같은 농기구에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환경파괴 탓에 식량 부족이 극심해졌고, 인류 대부분은 이 가족처럼 농사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이 ‘생포한’ 무인기는 최소 10년을 태양광에 의지해 전기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며 하늘을 난 노병이었다. 2014년 개봉한 미국 영화 <인터스텔라>의 도입부다. 이 영화에서처럼 10년을 끊임없이 비행하는 무인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유럽 에어버스사가 제작한 태양광 무인기인 ‘제퍼에스’가 2018년 세운 ‘25일 23시간57분’이 최장 체공 기록이다. 프로펠러를 두 개 장착한 제퍼에스는 날개 길이가 25m에 이른다.
■ ‘90일 체공’ 무인기 개발 추진
그런데 제퍼에스보다 더 오래 날 수 있는 무인기가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목표로 하는 체공 기간은 무려 90일이다. 한 번 뜨면 계절이 바뀌어야 착륙한다는 뜻이다. 미국과 스페인 합작 항공우주기업인 ‘스카이드웰러 에어로’가 선보일 이 무인기의 날개 길이는 71m에 이른다. 제퍼에스의 3배에 육박하고, 심지어 보잉747 점보제트기보다 길다. 프로펠러 4개를 돌리는데, 이렇게 거대한 날개를 쓰면 큰 동력 없이도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무인기가 90일이나 땅에 안 내리고 비행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광대한 날개를 일종의 태양광발전소로 활용해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시험비행 동영상을 보면 날개 위를 비롯해 하늘 방향을 바라보는 동체 전부에 태양광 패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최대 2㎾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전지의 무게가 최근 기술 발달로 크게 줄면서 에너지 생산 효율이 좋아졌다”며 “에너지를 저장하고 뽑아내는 기술 역시 향상되고 있는 점이 무인기 개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가벼워진 태양광 전지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 더 오래 쓸 수 있게 한 기술적인 진보가 ‘90일 무착륙’ 비행을 향한 도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날개와 동체 윗면에 태양광 패널이 빈틈없이 설치된 스카이드웰러 에어로사의 무인기. 태양광 전기를 활용해 90일 연속비행을 하는 게 목표다. 스카이드웰러 에어로 제공
■ ‘함정 호위·통신 중계’ 기대
이렇게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는 무인기가 왜 필요할까. 주문을 넣은 ‘고객’이 미 해군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해군은 개발비 500만달러(약 58억원)를 제공한다는 계약을 이 회사와 체결했는데, 기술 개발의 초점은 자국 함정 위에 항상 가동되는 지원 기지를 띄우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작전 중인 아군 함정 주변으로 적국 함정이 다가오지 않는지 확인하는 초고공 감시탑과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 중계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스카이드웰러 에어로 측은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360㎏에 이르는 레이저와 카메라 등의 각종 장비를 싣고, 최대 시속 185㎞로 순항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최고 비행고도는 성층권에 해당하는 1만4000m로, 국제선 민항기 순항 고도보다 수천m나 높게 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연료를 탑재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활용해 장기간 하늘에 떠 있다가 의심되는 특정 목표를 오랫동안 관찰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 비행만 가능한 현재 무인기와 먼 우주에 떠 있는 정찰용 인공위성 간의 간극을 메우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