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우원식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봉오동·청산리 전투 전승 제101주년을 계기로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했다. 행사에는 전날 저녁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참석했다.
홍범도 장군은 1962년 항일무장투쟁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5개 등급 중 2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은 바 있다. 59년 만에 공적을 추가로 인정받아 추가 서훈이 이뤄졌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홍범도 장군에게 최고훈장을 수여한 것은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주역이자 항일무장투쟁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민족자긍심을 고취하고 민족정기 선양과 국민통합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해서다.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 점도 고려했다. 또한 국제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교류와 우호 협력 증진에 미친 영향도 반영했다.
문 대통령은 훈장 수여식에서 “한반도를 떠나 간도로, 다시 연해주에서 머나먼 중앙아시아 크질오르다까지 장군이 걸어간 길은 자유와 평화, 정의와 평등을 향한 장엄한 여정이었다”며 “장군께 드리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대한민국의 영광인 동시에 장군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2019년 계봉우·황운정 지사에 이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준 데 사의를 표한 뒤 “이제 장군은 양국 우정과 신뢰의 굳건한 상징이 됐다. 장군의 정신은 양국 간 상생과 포용, 평화와 번영을 향한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광복절인 지난 15일 홍범도 장군 유해가 서거 78년 만에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 정치 많이 본 기사
이날 훈장식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관련 사료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전달된 사료는 1943년 순국한 홍범도 장군의 사망증명서 원본과 말년에 수위장으로 근무했던 고려극장 사임서 사본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유해 봉환은) 카자흐스탄 한인들에 대한 진정한 존경과 관심의 표시”라며 “한국을 처음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이뤄져 매우 뜻깊고,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고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홍범도 장군의 정신과 유산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이 크질오르다시에 있는 홍범도 장군 기념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한국이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카자흐스탄 측이 홍범도 장군을 기리기 위한 장학금 지원 등의 교육 협력과 농업 협력 사업을 제안했고, 양국이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