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선준비위원회가 계획했던 대선 주자 1차 토론회는 취소하고, 2차 토론회는 비전발표회로 형식을 바꿔 진행하기로 했다. 경준위가 당초 경제와 사회 분야로 나눠 각각 18일과 25일 두차례의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으나 당내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발에 따라 이렇게 결정한 것이다.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들의 정책 능력을 가늠해보려던 시민들로선 여간 실망스럽고 유감스럽지 않은 일이다.
국민의힘 경준위는 당초 11월 초 전당대회에서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는 목표 아래 경선 레이스 일정을 발표했다. 최종 후보 선출 때까지 최대 20회의 토론회를 열기로 했고, 후보 등록 전 2회의 토론회를 계획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측은 토론회 개최는 경준위가 아닌 선관위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반대했다. 주자들 간 갈등이 커지자 중재안이 채택되었지만, 결국 유력 주자에 의해 첫 토론회가 무산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주당 120시간 노동’이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아니다’라는 등 사실과 다르거나 실상을 오인한 위험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윤 전 총장이 진정 이런 견해를 갖고 있다면 대선에 나서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본의가 와전됐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윤 전 총장은 이런 일을 검증할 토론회를 반대했다. 토론회에서 방어할 자신이 없으니 검증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경제·노동·복지·외교·통일·환경·국방 정책에 대해 원칙론만 폈지 어떻게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겠다는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같은 당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고도 어떻게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대선 주자들 간 본격적인 토론회를 열겠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 일정은 너무나 지체되고 있다. 민주당은 예비경선을 거쳐 이날 본경선 네번째 TV토론을 열었다. 대선이 6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선 주자 토론회를 아직 열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공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라면 유권자들이 찬찬히 검증할 시간을 줘야 한다. 국민의힘 경준위가 발표한 것처럼 향후 압박 청문 토론회, 방송사 토론회, 청년콜라보 토론회, 팀배틀 토론회 등으로 치열한 토론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대선 후보를 떳떳하게 내놓고 올바른 선택을 기다리는 공당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