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활동을 한다면 취업제한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18일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취업 여부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이런 조건상으로는 경영활동에 현실적·제도적인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해제에 대해선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의 가석방과 취업제한 상태로도 국민적인 법감정에 부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가석방에 반영된 국민의 법감정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 백신 문제와 반도체 문제에 대한 기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설명은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 신분인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는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삼성 측 입장과 같다. 이 부회장은 출소한 당일 곧바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경영 현안을 보고받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달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지난 13일 출소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87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고발을 예고했다. 경실련은 이날 “(취업 제한 규정은) 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자에게 형사처벌 이외의 또 다른 제재를 가해 범죄의 동기를 제거하기 위함”이라며 “이 부회장의 행보는 취업제한 규정에 위배되므로 시민사회단체들과 논의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이 부회장을 경찰에 고발한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의견서 제출은) 이 부회장의 행보를 볼 때 취업제한 위반 행위가 보다 명백해졌기 때문”이라며 “이 부회장이 단순히 삼성전자에서 직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확인된 이상 취업제한 위반은 더욱 분명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