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9일 비수사 부서로 전보됐다. 법무부는 정 차장검사를 23일자로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의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정 차장검사가 기소된 지 10개월 만이다. 정식 징계도 아니고 문책성 인사발령을 내는 일조차 너무 오래 걸렸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지난해 7월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 부원장(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려다 한 부원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정 차장검사는 ‘피고인’ 신분으로 일선 지검의 2인자인 차장검사 직무를 수행해왔다. 인사조치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2일 정 차장검사에게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뒤에야 나왔다.
과거에는 검사가 재판에 회부되면 직무에서 배제하는 게 원칙이자 관행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원칙과 관행이 무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 차장검사가 기소되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직무배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결정을 미루고, 대검 감찰부에 기소 적정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역시 ‘피고인 검사’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무배제 요청을 법무부에 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최근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고검이 지난 18일 정 차장검사 사건의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정작 고검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 고검장이 정 차장검사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정 차장검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즉각 이 고검장과 이 부부장검사의 직무배제를 요청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인사조치를 해야 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피고인 검사’들의 수사(지휘)를 방치한다면 그동안 외쳐온 ‘검찰개혁’의 대의를 스스로 훼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