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인 현재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음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단축하는 방역 강화 방안도 내놨다. 아울러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나 치명률을 집중 관리하며 일상과 병행하자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 7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쳐 면역이 생기는 ‘9월 말 10월 초’라고 시점도 예상했다. 정부 차원에서 ‘위드 코로나’와 관련한 구체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의 방역 시스템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다. 중장기적 시스템 전환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섣부른 언급이 ‘방역 완화’라는 잘못된 메시지로 읽힐까 우려스럽다. 방역의 모든 지표가 위험을 알리고 있다. 20일 신규 확진자는 2052명으로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3번째로 많았다. ‘8월 첫째주까지는 유행 증가세 둔화 양상이었으나 둘째주부터 다시 전국적으로 증가’ ‘빠른 감염 속도와 높은 전파력을 가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85%)으로 전환되며 단기간 내 유행 통제 곤란’ ‘150명 내외로 유지하던 위중증 환자가 385명으로 증가하며 중환자실 등 병상 여력 감소’ 등이 당국의 브리핑 내용이다. 현재 의료체계는 신규 확진자 2500명까지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어렵다고도 했다. 현재의 감염재생산지수 1.10을 감안하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사이 하루 3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더라도 2차 접종 완료 기준으로 훨씬 높은 수준에서 논의해야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앞으로 2주간의 방역 관리가 4차 유행 극복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슷한 발언이 반복되면 냉소와 불신으로 이어질 뿐이다. 코로나 장기전에서 필요한 것은 희망고문이 아니라 솔직한 소통과 지속 가능한 대처다. 백신 접종률을 빠르게 높이면서 거리 두기 완화는 최대한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견해다.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일관된 메시지를 줘야 한다. 최우선순위는 식당·카페 영업시간 단축으로 더 큰 타격을 받게 된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책이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1회성 보상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관례에만 얽매이지 말고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특정 계층의 희생에 기댄 방역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