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로 선정된 후 보은인사 논란에 휘말렸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20일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자진 사퇴했다. 자신을 지명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쟁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정치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 등의 막말로 자질 논란까지 일으킨 만큼 물러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황씨의 사퇴로 모든 일이 덮이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이 지사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난 6월17일 경남 창원에서 황씨와 유튜브 ‘먹방’을 촬영하다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이 알려져 곤경에 처했다. ‘친일 공격’으로 논란을 키운 이 전 대표 캠프, 난장판 경선을 수습하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도 자성이 필요하다.
경기도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지사가 행정1부지사를 화재 현장에 파견해 진압 상황을 살피게 하고, 일정을 진행하면서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행정지원 사항을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그러나 소방 구조대장이 고립되고 화재 대응 단계가 올라간 이후에도 촬영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 지사 측에선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건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현장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오던 사람이 이 지사 아닌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판단 실수로 촬영을 진행한 것이라면 유감 표명을 하는 게 옳다.
이 전 대표 측도 경선판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이 황씨를 향해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 사장에 맞을 분”이라며 ‘친일 프레임’으로 도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부끄러워해야 한다. 며칠간 황씨를 둘러싸고 저열한 논쟁이 이어지는데도 네거티브 공방을 진정시키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이해찬 전 대표가 나서 황씨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민주당은 총체적으로 수권정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황씨의 태도도 아쉽다. 황씨는 페이스북에서 “제 인격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막말을 했다. 정중히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에 물러난다고 했다. 기왕 물러나는 것, 좀 더 겸손했다면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