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산해진미가 집 앞까지 공수되는 시대, 세계 각국 쟁쟁한 음식 콘텐츠의 각축장인 유튜브에서 ‘K할머니의 손맛’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맛보고 싱거우면 소금 쳐.” 수십년 내공으로 계량 따윈 필요 없는 할머니들의 손맛 콘텐츠가 MZ세대들을 사로잡았다. 대충 따라한 것 같은데도 그럴싸한 맛을 내는 마법의 할머니 레시피는 구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시판 제품으로 나오기도 했다. 맛을 초월해 기억 저편에 남아 있는 따뜻한 추억을 불러온다는 후기는 음식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할머니 요리 유튜버들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대표 음식의 조리법을 모았다. 참고로 할머니들의 레시피에는 확실한 주관과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1인분 따위는 없다.
■‘손맛 할머니’ 이용숙 유튜버
유튜브 채널 ‘손맛 할머니’를 운영 중인 76세 이용숙 할머니는 경기 양평군 산속에 전원주택을 꾸리고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할머니의 영상은 텃밭에서 시작되는 것이 많다. 그저 오이, 호박, 가지를 툭툭 떼다가 빠른 손놀림으로 금세 정겨운 집밥 한 상을 차려낸다. 영상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들이 찍어준다. “어차피 하루하루 시골 밥상 차리는 것이 일이니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옛날 밥상 소개하는 셈 치고 찍고 있어요. 그저 푸근하게 차린 할머니 밥상을 눈으로라도 먹어보시라고요.”
할머니의 쿡방은 요리 완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이 다 되면 영상을 찍던 아들에게 “너도 빨리 와서 먹어라” 하며 불러들인다. 자연스럽게 ‘모자 먹방’이 이어진다.
●언제나 든든한 밑반찬 ‘두부 메추리알 장조림’
재료 : 부침용 두부 2팩, 메추리알 2판(약 40~50개), 청양고추 3~5개, 홍고추 2개, 양파 1/2개, 맛간장(물 300㎖, 간장 70㎖, 액젓 3큰술, 매실청 5큰술, 요리용 술 2큰술, 물엿 3큰술, 설탕 2큰술, 생강편 조금, 편마늘 5개 혹은 간마늘 2큰술)
① 부침용 두부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하고 가로, 세로 4번씩 잘라 16등분한다. 기본이 두부 2모다.
②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두부를 노랗게 지져 놓는다.
③ 맛간장물 재료 담은 냄비에 메추리알을 넣고 끓인다.
④ 메추리알이 노랗게 물들면 건져내고 맛간장물은 체에 거른다.
⑤ 청양고추와 홍고추를 잘게 썰고 양파도 썰어놓는다.
⑥ 그릇에 메추리알과 두부, 썰어놓은 야채를 넣고 맛간장을 붓는다. 10일 정도 두고 먹어도 된다.
■‘박막례 할머니’ 박막례 유튜버
설명이 필요 없는 130만 구독자의 실버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콘텐츠 중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이 바로 ‘쿡방’이다. 박 할머니는 유튜버 데뷔 전에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온 경험을 살려 익숙하면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보였다. 요리법에 구애받지 않고 “주량대로 넣어” “닐(넣을) 만큼 넣어” “재료는 다 없어도 돼” 등 ‘스웨그’ 넘치는 할머니 손맛 요리법이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다. 이 중 500만뷰를 넘은 간장 비빔국수 레시피는 그 인기에 힘입어 할머니가 직접 소스 제작에 참여한 밀키트로 출시됐다. 연일 ‘완판’을 기록 중이다.
●화제의 단짠단짠 ‘간장 국수’
재료 : 국수·애호박·당근·쪽파 적당량, 간장 3큰술, 간마늘 1큰술, 설탕 3큰술, 참기름 듬뿍, 식초 1큰술, 통깨 적당량
① 국수를 푹 퍼질 정도로 삶는다. 채썬 애호박, 당근, 쪽파는 국수가 다 삶아질 즈음 물에 넣어 함께 익힌다.
② 삶은 국수와 채소는 찬물에 헹궈 체에 밭쳐둔다.
③ 양푼에 양념장 재료를 넣는다. 설탕, 간장(“간장은 자기 주장대로 하는 것”), 간마늘, 식초(“무치는 것은 무조건 식초가 들어가야 맛있다”)에 물을 조금 넣고 섞는다. 통깨를 뿌리고 참기름은 넉넉히 부어준다.
④ 국수와 채소를 넣어 조물조물 비빈다.
■‘충청도외할머니밥상’ 김동예 할머니
1938년생 충남 예산 출신인 김동예 할머니는 5남매를 키우며 60년 넘게 주부로 살아왔다. 둘째딸네 집에 김장해주러 갔다가 그 모습을 촬영한 손녀가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뜻밖의’ 요리 유튜버가 됐다. 김 할머니는 충청도 나물과 채소 위주로 ‘내 식구를 위한’ 보통의 밥상을 차린다. 세련되진 않지만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맛봐서 먹을 만하면 먹는 그런 음식들이죠. 내가 요리사도 아니고 정확한 계량 없이 ‘짜면 물 넣고 싱거우면 양념을 더 치고’ 하는 방식이 괜찮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80살 넘은 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봐주고 따라서 만든다고 하니 무척 신기해요.” 할머니는 “맛있어 보인다” “해보니 맛있다”는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더없이 행복하다.
●향긋한 나물 몽땅 넣은 ‘고추장떡’
재료 : 집에 있는 각종 나물(영상에서는 우슬나물, 뽕잎, 깻잎 사용), 대파, 찰밀가루, 물 적당량, 고추장 1.5큰술, 소금 한 꼬집, 간마늘 1큰술, 식용유 약간
① 찰밀가루와 물을 적당량 넣어 반죽한다.
② 잘게 썬 나물과 대파, 소금과 간마늘을 반죽에 넣고 섞는다.
③ 자작자작하게 농도가 맞춰진 반죽에 고추장을 넣는다. 반죽 맛을 살짝 보고 필요하면 고추장을 추가한다.
④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직경 5~6㎝ 정도로 동그랗게 부친다. 오징어나 해산물을 추가하면 더 맛있다.
■‘시온 할머니의 채식요리’ 서원순 할머니
서원순 할머니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몸에 좋은 채식요리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서 할머니는 25년간 채식을 연구해 140개가 넘는 오리지널 요리법을 개발했다. “제 요리는 자극적인 양념류나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름으로 볶는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미각을 자극할 만한 맛은 없을지 모르나, 우리 몸이 좋아하는 좋은 음식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할머니는 자극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양념은 단순하게, 기름으로 볶지 않고 우유나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 등 몇 가지 원칙을 두고 채식 건강 요리를 만들고 있다.
●신식 할머니표 간식 ‘현미 고구마 와플’
재료: 현미 2컵, 통밀가루 200g, 고구마 2개, 콩가루 1/2컵, 소금 10g, 아몬드 가루 5g, 물 3~5컵, 팥앙금 200g 그리고 와플기
① 현미를 씻어 9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② 고구마는 잘게 채썰어 놓는다.
③ 믹서에 불려놓은 현미, 고구마, 물을 넣어 곱게 갈아놓는다.
④ 볼에 3과 통밀가루, 소금, 아몬드 가루, 콩가루, 물을 넣고 걸죽하게 반죽한다.
⑤ 예열된 와플기 팬에 반죽을 넣고 그 위에 팥앙금을 올린 뒤, 다시 반죽으로 덮어준 후 뚜껑을 닫고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