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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방역도 K방역이다

입력 2021.09.03 03:00

수정 2021.09.0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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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고령의 아버지도 계시고, 노인이 많은 농촌을 돌아다녀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국가공인 가장 건강하다는 40대인 데다 필수인력도 아니니 조심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막급한 상황에서 의료와 방역 종사자들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여 불만제로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그런데 필수 방역업무를 맡고 있는데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한 이들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가축 방역 최일선에서 소, 닭, 돼지를 비롯해 사슴, 염소, 양의 채혈과 시료 채취, 축산물 위생검사와 예찰까지 축산업 전후방을 지원한다. 특히 육중한 소와 돼지를 다루는 일 자체가 위험한 데다, 날쌘 염소 같은 동물을 잡아다 피를 뽑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채혈을 하려고 가축을 붙잡아두려다 보니 근골격 질환은 기본으로 달고 산다. 축산물 검사를 하는 위생사들은 예리한 칼을 다루다 종종 피를 흘리기도 한다. 방역과 위생 업무의 특성상 근력이 있는 20대에서 50대 노동자들이 다수인데, 하필 백신접종 대상 후순위에 해당한다. 이들의 현장은 고령의 주민이 사는 농촌인 데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빈번한데도 왜 필수예방접종 대상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원래 그래요.”

코로나19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가축방역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위험을 안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인 큐열, 브루셀라, 결핵,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도 필수검진 항목도 아니다. 종사자 스스로 검진을 받아보면 염소 큐열이나 결핵 보균자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직도 검진은 각자 알아서다.

본부 총 정원 1274명 중에서 관리직 55명을 빼고 ‘현장직’이라 일컫는 방역, 위생, 검역, 예찰 종사자들 1219명이 무기계약직의 비정규직 신분이다. 공공기관 평균임금의 60% 정도로 17년차의 베테랑 방역사들 임금 실수령액이 3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이어서 해고 위험은 없지 않으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은 험하고 저임금 상황, 2인1조 작업마저 힘든 만성적인 인력 부족, 신분 불안까지 더해져 공공기관 중에서 이직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합을 맞추고 일을 해볼 만하면 이직을 하여 역량이 쌓이지 않는 문제도 크다. 가축 방역과 위생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 조직이지만 자존감마저 무너져 조직을 떠난다. 방역본부의 노동자들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밀린 것도 조직의 위상과 가축 방역위생 직종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이라 자조했다.

상임기관장도 없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전무이사가 조직을 총괄한다. 그런데 이 전무이사가 성희롱을 저지르고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복귀하면서 직원사찰에 가담해 중징계를 받은 측근까지 3급에서 2급으로 승진을 시켰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전무이사는 성희롱 피해 당사자에게 2차 가해까지 저지른 상황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전무이사의 사퇴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두 달 가까이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어도 정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람 일도 급한 마당에 소, 돼지 다루는 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뜻일까.

가축질병 중에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병을 ‘악성가축전염병’이라 한다. 발병하면 살처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예방과 차단 방역에 사활을 건다. 대표적 악성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이만큼 잘 막아온 나라가 자타공인 한국이다. K방역의 원조가 있다면 바로 가축방역 부문이다. 하지만 가축방역현장은 엉망진창이고 종사자들은 탈진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그래도 이 일을 누가 하겠나 싶어 해온 일이지만 견디는 데에도 한계에 다다른 지금, 야속하게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들은 자꾸 생겨나고 조류인플루엔자의 계절마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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