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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농지개혁을 위하여

입력 2021.09.13 03:00

윤석열은 국민의힘 입당 이후 첫 행보로 청년들을 만나서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던 분들이 경자유전 원칙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관련 법 규정이 농업의 비즈니스화를 다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침 윤석열 장모는 물론 윤희숙, 심지어는 이준석까지 가족의 농지 보유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해당 지역의 전농 등 농민회 중심으로 농지 불법 보유에 대한 전수조사와 ‘제2의 농지개혁’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한국 경제가 비교적 순탄하게 발전 과정을 밟을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로 농지개혁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카우디요’라고 불리는 대토호들이 강력하게 존재하는 중남미 경제와 한국 경제의 큰 차이점이 출발 시점에서의 평등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보유하게 되는 소위 ‘경자유전’ 조항이 헌법에 명시적으로 들어간 것은 1987년 9차 개정헌법이다.

농지 보유에 관한 가장 큰 변화는 박홍수, 마을 이장 출신으로 농림부 장관까지 하게 된 비운의 사나이의 인생과 관련되어 있다. 노무현 정권 때 그는 ‘도시 자본’이 농업에 들어와야 농민의 삶이 개선된다는 황당한 청와대의 주문 앞에 서게 된다. 그들은 그걸 균형발전으로 포장했다. 농민들은 고령화되고, 영세농 중심인 한국 농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청와대는 도시의 돈을 농촌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말농장 등 소규모의 농지 보유를 허용하는 대신 공공이 농지를 관리할 수 있는 농지은행 역시 동시에 도입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심장마비로 고인이 되었다. 이 정책은 노무현의 운명도 바꾸게 된다. 그는 진짜로 낙향하여 농민이 되었다. ‘진정성’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농업에 대한 그의 진정성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당시 청와대 인사였던 문재인 역시 고향으로 낙향하여 농민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2005년의 농지법 개정이 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는 한 것 같다.

엘리트 등 농지 투기 만연으로
불법보유 전수조사 목소리 고조
이제는 농업 실명제를 위한
부재지주 정비 작업이 필요
그래야 농업도 미래정책도 산다

그 이후 한국의 농지는 완전 엉망진창이 되었다. 헌법은 소작농을 금하고 있지만, 이미 농지의 절반 가까이를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임차농 비율도 절반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1950년에 진행된 농지개혁이 무색할 정도로 농지 보유 체계가 완전히 문란해졌다. 이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WTO 가입 이후에 도입된 직불제이다. 생산성에 따른 정책 지원이 금지되면서 무조건적으로 지불하는 직불제로 농업 지원 방향이 바뀌었다. 부재지주들이 자신이 농사짓는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이면 계약으로 임차농의 직불금도 가로채는 것이 관행처럼 되었다. 헌법은 소작을 못하게 하고 있는데, 한술 더해서 남에게 농사를 시키고, 직불금도 자신이 받아간다. 여기에 농지 투기까지 끼어들어 왔다. 경실련에 의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절반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농지를 산 유명인들 중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은퇴하면 귀농할 생각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공기업 간부이면서도 실제로 농사를 지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엘리트들이 부패한 증거가 바로 만연한 농지 투기다. 이렇게 방치된 농지 관리가 양산한 것이 직불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몰래 땅을 빌려야 하는 임차농이다. 농가 고령화 이유 중 하나다. 이 문제는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다. 농지 투기한 LH 직원들만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다.

농지의 시각이 아니라 임차농의 시각으로 보면 해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농지은행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전수조사를 하고, 불법으로 보유한 농지를 농지은행이 사들이면 된다. 논부터 시작하고, 농업진흥지역부터 먼저 하고, 밭이나 한계 농지들을 후순위로 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래서 공적기구인 농지은행이 아니면 누구든 한국에서 농지를 사적으로 대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헌법 조항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 있다. 돈이 문제라면 농지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엉망이 된 농지 보유 제도가 정상화되어야 청년들이 안심하고 귀농할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그나마 농산물 사재기 없이 버틴 것도 아직은 한국 농업이 최소한 쌀 정도는 자급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농업의 온실가스 대책도 소유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가능하다. 투기를 목적으로 몰래 농지를 대여하고 직불금도 자신이 가로채는 부재지주가 무슨 기후변화 대책을 세우겠는가? 김영삼이 실명제를 도입해서 경제적 거래의 투명성을 높인 것처럼, 이제는 농업 실명제를 위한 부재지주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농업도 살고, 미래 정책도 가능하다. 이승만도 했던 정책, 지금 못할 이유가 없다. 농업, 이제는 국민농업이 되어야 하고, 미래산업이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을 지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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