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과 미 또는 미·중 함께 한반도 종전 선언하자”

김유진 기자

유엔총회 연설서 구체적 제안, 임기 말 북한과 관계 개선 ‘승부수’

북 잇단 미사일 발사 속 실효성 의문…북·미·중 호응 여부도 불투명

기조연설 하는 문 대통령. 연합뉴스

기조연설 하는 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남은 임기 8개월 동안 남북, 북·미 관계 교착을 해소할 카드로 종전선언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종전선언의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 고위급회기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과 주변국의 협력을 통해 평화를 정착하는 ‘한반도 모델’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한국과 함께 북한에 협력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 역시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 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유엔총회에서 다시 종전선언을 꺼낸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올해는 특히 종전선언 주체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구체화했다. 지난해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다소 원론적 언급을 한 데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종전선언은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왔다. 이날 연설에서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남북, 북·미 관계를 풀 마지막 승부수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에서 종전선언이 돌파구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다. 조속한 대화 재개는커녕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으로 정세 불안정이 커지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정부의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폄훼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명의 글에서도 “남조선의 잠수함 무기 체계 개선 노력은 조선 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예고한다”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북한, 미국, 중국 등 당사국의 호응 여부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종전선언에는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극한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종전선언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한·미 간 종전선언 추진 논의가 진전될지도 미지수이다. 한국은 양국 정상 간 ‘정치적’ 선언이라고 강조하지만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 등 추후 법적 조치 가능성에 촉각을 세워왔다. 미국은 비핵화 진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의 종전선언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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