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몬스타엑스도 다녀왔다! ‘산사의 길’ 역주행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9.28 11:24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9.28 11:26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합니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시간이 더욱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년들의 취미로만 여겨지던 등산이 요즘 MZ 세대들에게도 ‘힙’한 취미인 것 알고 계시나요? 산악회? 노옵! 요즘 산 좀 탄다는 ‘젊은’ 사람들은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크루를 결성합니다. 각자의 코스와 후기를 공유하며 ‘따로 또 같이’ 산행하지요. 그리고 어색한 단체사진이 아닌 ‘오하운(오늘하루운동)’ 해시태그로 야무지게 ‘인증’까지 끝냅니다. 등린이(등산+어린이), 산린이(산+어린이) 등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요즘 MZ 세대들이 열광하는 대상이 또 있는데요. 바로 몬스타엑스! 셔누, 민혁, 기현, 형원, 주헌, 아이엠으로 구성된 6인조 보이그룹 몬엑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에서 살아남은 실력파 아이돌입니다. MZ 세대들이 열광하는 산과 몬엑. 묘하게 어울리죠? 2020년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홍보대사로 참여했던 몬스타엑스가 10대 문화유산 방문 코스를 주제로 나눈 영상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찐’은 ‘찐’을 알아보는 법. 일단 그 영상부터 확인해봅시다.

■ 대한민국 문화유산 견문록 <산사의 길>


지금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몬스타엑스가 다녀온 ‘산사의 길’입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건 삼국시대 때였죠.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불교를 국교로 삼았고, 이때부터 꽃피운 한국 불교는 사회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찰은 도시에 세워지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산지에 세워지곤 했는데요. 산속에 있는 사찰을 산사(山寺)라고 합니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사찰은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 7곳인데, 이 사찰들은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해요. 이 모든 곳을 ‘코스’로 다녀올 수 있다면?

순천의 선암사


순천 조계산 선암사 |대한불교조계종

형원과 민혁이 다녀온 곳은 순천의 선암사입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선암사는 가람의 배치와 조경이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져 가장 한국적인 사찰로 명성이 높습니다. 선암사에는 승선교라는 다리가 있는데요. 1698년(숙종 24년) 관음보살을 보기 위해 기도했지만 이를 이루지 못한 호암 대사가 벼랑에 몸을 던지려던 순간 대사를 구해준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달았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이후 이곳에 원통전을 세우고, 절 입구에 무지개다리를 세웠다고 해요.

순천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 |대한불교조계종

또 선암사 대웅전은 1597년 조선 시대 정유재란으로 불에 타 없어져 1660년(현종 1년)에 새로 지었는데, 그 후 1766년(영조 42년)에 다시 불탄 것을 1824년(순조 24년)에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화려한 건축양식과 장식성에서 조선 후기 중건 당시의 면모를 잘 간직하고 있어 학술적·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죠. 승선교를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대웅전 앞에 좌우로 3층 석탑 2기가 서있습니다. 2단으로 이루어진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형태인데, 두 탑은 위와 아래의 비율도 건실하고 우아하며 신라 시대 석탑의 전형 양식을 잘 계승하고 있습니다.

“힐링을 위해 카페에도 가고 주변으로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템플스테이를 해보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생각이 많이 없어지는 계기가 됐어요.” -민혁

“도시에 바쁘게 살다가 선한 공기를 마시고 하는 게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절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더라고요.” -형원

■ 대한민국 문화유산 견문록 <백제 고도의 길>

이번에는 ‘백제 고도의 길’입니다. 한반도 중서부에 위치한 백제는 한강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주변국과 직접 교류할 수 있고 그만큼 외래 문물을 빨리 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하여 선진문화를 받아들인 백제는 이를 바탕으로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그 문화는 다시 주변국으로 흘러가 스며들었죠.

고대 동아시아 문명교류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백제는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세 차례의 천도까지 감행했음에도 660년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당하고 말았죠. 찬란했던 고대국가는 크고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 있지만, 옛 수도였던 공주·부여·익산에 남은 흔적들은 수준 높은 문화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주 공산성

공주 공산성 금서루 |한국문화재재단


‘백제 고도의 길’에서는 형원이 탐내던 ‘노란 깃발’이 있던 공주의 공산성을 대표로 소개할까 하는데요. 공산성은 금강변에 있는 야산과 계곡을 둘러쌓은 백제 시대의 대표적인 성곽입니다. 원래는 흙으로 만든 토성이었으나 조선 시대에 돌을 쌓아 석성으로 고쳤다고 해요. 538년(성왕 16년) 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백제의 왕성이었던 공주 공산성은 조선시대까지 지방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실제로 성 안에선 백제의 기와와 토기뿐만 아니라 고려와 조선의 유물들도 많이 출토되었죠.

또한 이곳은 역사의 주요 장면들이 펼쳐진 곳이기도 했습니다. 백제가 멸망한 직후에는 의자왕이 잠시 머물렀고,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지가 되기도 했으며, 통일신라시대엔 김헌창의 난(822년)이 일어났었습니다. 조선 시대에 이괄의 난(1623년)이 일어나자 인조가 잠시 피난을 온 적도 있었고요.

성곽의 정문 역할을 하는 곳은 금서루인데, 이곳으로 들어가 성곽을 한 바퀴 돌면 성 안은 물론 공주 시내 전경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해요. 특히 서문에서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공주 송산리 고분군), 백제의 제사유적인 정지산 유적, 금강변에 있는 고마나루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요. 하나 더 팁을 드리자면, 공산성 맞은편, 즉 금강 건너편 금강신관공원에서는 능선을 따라 빛나는 공산성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공주 마곡사

아름답기로는 이곳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년 봄마다 신록 축제가 열릴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공주 마곡사인데요. 마곡사의 영산전은 석가모니불과 일대기를 담은 팔상도를 모신 법당입니다. 이 건물은 천 불(千佛)을 모시고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조선 시대 각순 대사가 절을 다시 일으키면서(1651년) 고쳐 지은 것으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해탈문 서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주 태화산 마곡사 대웅보전 |대한불교조계종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법당입니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죠. 이 건물 역시 조선 시대 각순 대사가 절을 다시 일으킬 때 고쳐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절 마당에 우뚝 서 있는 오층 석탑은 탑신의 몸돌에는 부처, 보살 등을 조각해 놓았고, 지붕돌은 네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 보입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탑 안의 보물들을 거의 도난당하였으나, 1972년 해체하여 수리하는 과정에서 동으로 만든 향로와 문고리가 발견되었다고 해요.

영주 봉황산 부석사 풍경, 안양루 부석사 |대한불교조계종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그게 되나, 적당히 가는 게”

‘최애’를 고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아마도 이번 영상들의 역주행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기현과 셔누가 다녀온 ‘천년 정신의 길’, ‘왕가의 길’, ‘서원의 길’ 주헌과 아이엠이 함께 한 ‘소릿길’, ‘설화와 자연의 길’, 함께 찾아보실거죠?

사진 및 자료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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