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제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50개국 과학자들이 기후행동을 제기한 지 40년 만인 2019년 전 세계 153개국 1만3800명의 과학자들이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세계의 과학자들이 다시 모여 지구 시스템에 중요한 요소들이 임계점에 다다랐거나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진단하고 ‘국제 과학자들의 기후비상사태 경고 2021’을 ‘바이오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세계 과학자들의 집단행동은 역사상 전례가 없고,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첫째, 과학자들은 신속하게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하라고 주장한다.
둘째, 단기성 온실가스, 특히 메탄을 신속하게 줄여야 단기 온난화 추세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는 내일 당장 배출을 중단해도 대기 중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감축효과를 다음 세대가 보지만, 메탄은 향후 10년간 지구 평균온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셋째, 산림·토지·바다 등 자연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하고 이들 생태계가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자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축산업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과 세계 농지의 80%를 차지하고 토지 남용과 삼림 및 바다 파괴의 주범이다.
넷째, 거의 채식이나 비건으로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기후위기도 지구 시스템 이상의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시스템 자체의 이상에 대처하기 위해 근본적 원인, 인간의 지구 과잉 착취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즉 국내총생산(GDP)의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고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 인간의 필요를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는 공공재이다. 국가 차원에서 다들 남들이 잘해줘서 무임승차로 득을 보기만 원하고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지구 공유지의 비극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는 오랜 역할인 선택 편집, 즉 보조금·세금·규제를 통해 그린뉴딜에 진력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각국 정부는 마땅히 과세 및 규제가 필요한 쪽에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화석연료나 축산업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줘왔다.
예컨대 고기 소비도 유전자를 조작한 GMO 콩과 GMO 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구조가 부른 소비다. 이런 시스템이 고기 소비를 자동적으로 부추긴다. 가축 사육자들도 일종의 희생자다. 환경과 건강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생산에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에 갇힌 것뿐이다. 이를 개선하고 전업을 돕는다면 이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국회 통과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다. 설사 그린뉴딜이 성공해도 근본적인 소비패턴 변화 없이는 또 다른 위기가 반복된다. 이는 역사의 교훈이다. 오늘날 탈육식은 소비패턴 전환의 상징이다.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통제 범위 안에 있고 지구 전체의 경제·정치 생태적 질서와 연관시키는 행동이다.
고기 생산과 가축 사료로 연간 750억마리의 동물이 무자비하게 도살당하고 어류의 40%와 물 소비의 70%, 세계 식량의 40%가 투입된다. 정치적 보조금으로 값싼 곡물이 양산됨에도 그 곡물조차 구입하기 어려워 기아로 10억명이 죽어가고 있다. 그 값싼 곡물을 동물들에게 공급하는 게 더 이익이 되며, 과도한 육류 섭취는 20억명을 비만과 만성질환으로 내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원이 고갈되고 팬데믹을 겪고 생태계가 피괴되는 악순환에서 깨어나야 한다.
과학자들은 탄소 감축 예산을 고려하면 205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낮추려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17%에 불과하기에 단기성 온실가스 감축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식습관은 중요한 연결 고리다. 메탄의 주 배출원은 축산업이다. 채식과 비건을 고리로 메탄을 감축하면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전환에 시간을 벌 뿐 아니라 토지·숲·바다의 온실가스 흡수원 재생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식습관 전환이 지속 가능성의 선순환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