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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에 약탈당한 미래

입력 2021.10.07 03:00

수정 2021.10.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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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폭풍이 닥쳤다. 예측 불허의 풍향 속에서 여야는 거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자원의 약탈과 정쟁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상심이 깊다. 미래 의제가 실종되면서 공동체의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대장동 사태의 본질을 미래 관점에서 되돌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현재 국회미래연구원은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여 미래에 떠오를(이머징) 키워드를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연구팀은 최근 20년간 ‘전례 없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헌 5만건에서 200개 키워드를 도출했다. 그러고는 미래적 의미를 따져서 20개 키워드를 압축한 후 각계의 전문가들에게 검토 의견을 구하고 있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는 성장, 붕괴, 유지, 전환 등 네 가지 미래 경로를 논한 바 있다. 나는 이 네 가지 시나리오를 붕괴-유지와 성장-전환의 두 개 계열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붕괴와 성장 경로는 극단의 길이고, 유지와 전환 경로는 여기에서 완화·변형된 길이다. 붕괴-유지는 위기의 길이고, 성장-전환은 위기에 대한 적응과 혁신의 길이다.

내 판단으로는, 국회미래연구원이 추출한 미래 키워드 20개 중에서 미래 경로를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는 인류세(人類世), 침체, 지속가능발전, 회복력 등이다. 인류세·침체는 붕괴-유지의 위기 추세를 보여준다. 지속가능발전·회복력은 성장-전환의 실천 방향을 보여준다.

학술문헌에서 추출한 미래 키워드에 ‘지금 여기’의 관심사를 반영해보면, 핵심적 미래 이슈는 기후파괴 위기, 글로벌 지정학 위기, 사회-인구학 위기, 도시팽창(지역소멸) 위기로 추출해볼 수 있다. 이 중 경제사회 정책과 깊이 연관된 이슈는 사회-인구학, 도시팽창 문제이다. 사회-인구학, 도시팽창 문제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한국경제 내부에서 전개된 새로운 구조변동 양상이다.

미래 위기라는 관점에서 사회-인구학 이슈는 세대적 분열의 추세와 연관이 있다. 지금은 미래세대의 성장이 막혀 있고 기성세대가 미래를 약탈하는 것이 화두가 된 시대이다. 도시팽창은 지역 간 분열의 추세와 연관되어 있다. 그간 한국경제의 성장 축은 제조업이 맡아왔는데, 신산업은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과 중화학공업 전환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역 소멸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대장동 사태는 세대 분열, 지역 분열의 위기 추세의 일부이자 위기를 가속화하는 동력이다.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 공기업이 민간과 함께 프로젝트회사를 설립해 5903호의 주택을 건설한 개발사업이다. 성남시는 5500억원의 선순위 확정이익을 가져가고, 그 이상의 이익은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는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민간사업자는 4040억원의 배당금에 직접 택지를 분양받아 얻은 개발 수익을 합해 8000억원 이상을 취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토지를 수용당한 원래 지주들은 개발 이익에서 배제되었다고 억울해할 것이다. 주택을 분양받은 이들은 원가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를 부담했다. 물론 이들은 분양가 이상의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보면, 대장동 개발 이익은 원 지주와 입주민들로부터 온 것이다.

그러나 미래 시점에서 보면, 현재 이익은 미래를 약탈해서 가져온 것이다. 이런 식의 개발은 지구 행성에 깊은 상처를 낸다. 그 이익은 무주택자, 미래 세대, 비수도권 주민을 경제적·정신적 붕괴-침체의 길로 몰아간다.

당초 성남시의 사업능력으로는 대형 개발사업을 주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을 LH가 주도하게 했다면, 개발 이익은 교차보전을 통해 주거복지 사업으로 이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LH 같은 거대 공기업도 내부자 일탈의 시스템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청년과 비수도권 지역을 위한 공유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미래를 지키는 회복·발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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