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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스타벅스형 정규직’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트럭시위를 기획하자 회사는 동종업계 최고 대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거짓은 아니다. 서비스노동자들은 보통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인데, 스타벅스 노동자는 정규직이다. 물론, 통상의 정규직은 아니다. 가장 낮은 직급인 바리스타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고작 480원 많은 9200원이다. 주5일 근무이긴 한데 하루 5시간 주 25시간 근무할 수 있어 월급이라 부르기 민망한 금액이 통장에 찍힌다. 25시간은 다시 잘게 쪼개진다. 오픈과 미드, 마감 세 가지로 구분되어,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이 매주 다르다. 조각난 노동자의 시간을 조합하다 보면 종종 최악의 근무 스케줄이 탄생한다. 새벽시간 가게 문을 닫았다가 다음날 아침 문을 여는데, 해외에서는 클로징과 오프닝을 합쳐 클로프닝이라 부르고 한국노동자들은 마감과 오픈을 따서 ‘마오’라 부른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스타벅스의 기괴한 근무조건은 서비스품질 유지와 노동유연성을 모두 잡기 위해 탄생했다. 스타벅스는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철저한 위생관리,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메뉴와 옵션, 고객의 닉네임을 직접 불러주는 서비스, 굿즈 이벤트 등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커피가 아니라 노동자를 갈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식자재의 유통기한은 물론, 정신없는 손님의 주문과 통신사 할인을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진동벨이 없으니 목이 쉬도록 손님 이름을 불러야 하고, 큰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면 손님들의 살 떨리는 컴플레인을 직면한다.

이 모든 걸 해내는 양질의 노동자를 확보하려면 본사가 노동자를 직접 교육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연공이 쌓이면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싫었다. 카페 손님이 24시간 내내 많은 것도 아니다. 최소 근무시간을 25시간으로 고정해놓고 장사가 잘되면 연장근무를 시켜 양질의 노동력을 필요할 때마다 확보한다. 스타벅스는 한 사람을 오래 일하게 하는 전통적인 정규직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를 갈아 끼우고 시간을 조립해 정규직의 안정성과 시간제의 유연성을 모두 가진 스타벅스형 정규직을 만들었다.

같은 목적이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취한 게 바로 배달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엄청난 인력을 로그인시켜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고 버리는 대신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카페의 닫힌 문 안에서는 안정된 노동착취가, 아스팔트 위의 자유로운 도로 위에서는 불안한 일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사장 김범준이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한 국회의원에게 직접고용을 할 의향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배민은 라이더들이 원하지 않아 정규직을 없앴다고 말했다. 거짓말이다. 배민엔 정규직이 없었다. 최저시급에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쓰는 비정규직 라이더만 있었다. 회사는 이들이 필요 없어지자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질 낮은 일자리를 거부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메뉴가 스타벅스형 정규직과 불안한 플랫폼노동뿐이라면 노동자의 저항과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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