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어떻게
스키어가 푸른 인조잔디 슬로프에서 활강을 즐기는 장면, 노을이 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인공암벽 등반을 준비 중인 남성, 아이들과 함께 소풍 온 가족, “멋진 하루였다”며 웃고 있는 여성. 소셜미디어에 비친 덴마크의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의 모습이다.
덴마크의 사례는 기피시설의 ‘수도권 내부화’에 참고할 만하다. 수도 코펜하겐에 2017년 조성된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는 매년 40만t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력과 열로 주민 60만명과 기업 6만8000곳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한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소각장 겸 발전소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소각장 굴뚝 아래 인공 스키장과 등반 암벽이 설치된 레저시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코펜하겐시와 주변 자치단체들은 40년 된 노후 발전소의 대체발전소를 짓기로 했으나 도시 거주민의 반발이 예상됐다. 궁리 끝에 2010년 옥상을 개방할 수 있는 발전소 디자인을 공모했다. 친환경 설계와 디자인 공모를 통해 ‘폐기물 처리시설도 투명하고 깨끗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공모에 당선돼 설계를 맡은 비야케 잉겔스 그룹(BIG·Bjarke Ingels Group)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마게르 바케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임을 당당하게 표방한 건축물”이라고 했다.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한 촉매와 연간 5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등 ‘친환경 능력’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 정부 역시 여러 광역 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공공 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대체매립지는 올 들어 7월까지 두 차례 공모를 실시했으나 지원한 지자체가 없어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공공폐자원관리시설 입지 후보지 공모도 무산됐다. 기피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대안 없이 주민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아마게르 바케’ 같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피시설 설치 문제를 풀려면 우선 제도를 ‘환경적 형평’ 원칙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발전소에서 먼 곳일수록 전기요금을 비싸게 부과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게 되면 전기를 아끼든, 스스로 생산하든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물 처리도 발생지에 책임을 부과하는 쪽으로 제도가 변해야 한다. 환경부는 발생지 책임을 명문화하고 시·도 경계를 넘어 처리되는 폐기물에 대해 ‘타지역 폐기물 반입협력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개발 시 폐기물 처리시설을 해당 지역에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피시설 운영에 따른 수익이 주민들에게 환원되는 구조도 필요하다. 안준영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자와 행정기관, 주민들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수용할 만한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