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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철조망 십자가

입력 2021.10.29 22:22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에 앞서 비무장지대(DMZ)의 폐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에 담긴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교황청·연합뉴스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에 앞서 비무장지대(DMZ)의 폐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에 담긴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교황청·연합뉴스 제공

십자가는 기독교에서 부활을 상징한다. 인류에의 사랑과 구원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숭고한 희생이 십자가 위에서 부활로 거듭났다. 기독교 이전 고대 사회에서 영생·생명을 뜻하던 십자가는 예수의 부활 이후 새 생명, 용서, 화해, 평화 등으로 그 상징성이 확장되고 있다. 철조망은 소통과 교류가 끊어진 대립을 뜻한다. 19세기 중반 미국 중서부에서 가축 보호를 위해 만든 것이 사람 사이를 막고 갈라치는 장애물로 바뀌었다. 지금 휴전선이 있는 비무장지대(DMZ)에는 견고한 철조망이 놓여 있다. 남북한의 전쟁과 분단, 날선 대립과 갈등을 상징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유럽 순방 중 첫날 일정으로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은 십자가다. 강원도 고성 일대의 휴전선 폐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다. 폐철조망이 십자가로 거듭난 ‘평화의 십자가’에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의 간절한 염원이 담겼다. 이날 로마의 성 이냐시오 성당에서는 ‘철조망, 평화가 되다’란 전시회도 개막했다. 전시장에는 ‘평화의 십자가’ 136점이 설치됐다. 조각가 권대훈(서울대 교수)과 서울대 미대생들이 꼬고 녹이고 두드려 만든 작품들이다. 왜 하필 136점일까. 휴전 이후 분단된 남북한이 각각 갈라져 살아온 68년의 시간을 합친 숫자다. 이제는 서로 하나가 돼 평화를 이루자는 뜻이다. ‘평화의 십자가’ 프로젝트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한국몰타기사단 대표)의 기획으로 지난 1월부터 준비됐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휴전선 철조망은 낯설지 않다. 2014년 8월 방한 당시 교황은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면류관’을 받았다. 명동성당에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다. 철조망의 뾰족한 가시들은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에 맞춰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특정 국가를 위한 미사는 이례적이었다. 나아가 방북 의사도 밝혔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중한 역할을 바라본다. ‘평화의 십자가’에 담긴 뜻이 이 땅에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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