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EU와 철강 관세전쟁 종식…뚜렷해진 ‘친EU·반중국’

김윤나영 기자

3년여 만에 미국 ‘무관세 수입’, EU ‘보복관세 철회’ 합의

“중국산 유입 대처 강화”…한국산 대미 수출엔 불리할 듯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시절부터 3년 넘게 이어진 EU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측의 주요 통상 갈등 문제를 일단락한 것이다.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은 앞으로 제한된 양의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관세 없이 수입하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관세 완화는 트럼프 정부가 남긴 긴장을 풀고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3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EU와 중국,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EU도 미국산 위스키와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EU는 오는 12월부터 보복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올릴 예정이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매년 330만t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대로 25% 관세를 내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무관세 허용 물량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기 전 500만t보다는 작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EU와 유대를 강화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과잉 생산이라는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값싼 중국산 철강이 EU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철강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복 관세 대상인 미국의 주류업계와 섬유업계, 철강과 알루미늄이 필요한 제조업계는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러몬도 장관도 “EU가 50%의 보복 관세를 철회함으로써 미국의 주류산업 종사자 170만명과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 노동자 5600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유럽과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제조업의 원자재 비용은 올라갔지만, 철강 공장에서 국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관세 부과 이후 금속 제조업 일자리는 2019년 38만여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5만여명대로 떨어졌다.

이번 합의는 한국 기업의 철강 수출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무관세를 인정받는 대신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생산한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평균 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할 길이 아예 막혀 있지만 EU는 이번 합의로 일정 물량은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관세를 내면 추가 수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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