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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와 통신산업처럼…자동차와 에너지 산업 ‘공진화’에 거는 기대

입력 2021.10.31 21:29

수정 2021.10.3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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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휴대전화와 통신산업처럼…자동차와 에너지 산업 ‘공진화’에 거는 기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트리케라톱스, 스티라코사우루스 등 뿔이 달린 각룡류를 참 좋아하는데, 어른이 되면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다시피 한 필자도 아들 덕분에 ‘코리아케라톱스’를 알게 됐다. 이 공룡의 화석은 2008년 경기 화성시에서 상당히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됐고, 2011년 고생물학계에 보고되면서 정식으로 한국 명칭이 들어간 두 번째 공룡이 됐다. 이 공룡 화석은 학문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는데, 이유는 오랜 기간에 걸친 각룡류의 진화 방향을 밝히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진화 개념은 인공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다양한 인공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생물의 진화 양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의 기존 특징이나 기능이 개선되거나 대체될 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가 소멸하기도 한다.

인공물의 진화에는 몇 가지 특징이 존재한다. 먼저, 오랜 기간에 걸쳐서야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생물과는 달리 비교적 짧은 시간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전자 제품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는 점점 얇아지는 동시에 화면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 휴대전화도 기능과 디자인이 계속 개선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기능과 디자인 차원의 변화와 연계해 사용자인 인간의 의도·선호에 따라 변화 방향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선택을 받지 못하거나 다른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제품들은 자연적으로 도태되기 마련이다.

세 번째 특징은 인공물의 진화가 이종 산업 간의 결합 등 산업 생태계 차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도 제품 혁신으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진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최근 들어 그 범위가 확대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진화적인 차원에서 요즘 필자가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인공물은 자동차이다. 출퇴근길에 운전을 하다 보면 전기나 수소 자동차 같은 친환경차에 장착되는 파란색 번호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기 및 수소 자동차의 개념과 원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지속적으로 개발돼왔지만, 요즘은 그 확산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친환경차에 대한 내수 비중은 18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내수 판매 및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5%까지 높아졌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친환경 차량 중심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수소자동차도 운행하는 데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 에너지를 얻는 방법 중 하나가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인 만큼 친환경 차량의 증가가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등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차라는 인공물의 진화는 두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융합을 촉발하고 있다.

한국 휴대전화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데 통신산업의 발전이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의 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전력 등 에너지 산업의 변화, 즉 ‘공진화(coevolution)’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관련 시장 등 제도적인 측면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두 산업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융합 생태계의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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