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가속화했다. 북한 주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기 위해, 또 땔감을 얻기 위해 산의 나무를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 소나무 뿌리나 관솔 등으로 송탄 휘발유나 윤활유까지 만들어 부족한 자원을 메웠다. 방북했던 생태학자 마거릿 파머는 “북한 삼림에는 생명이 없다”고 그 실상을 전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 산림 파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나무가 여전히 주요 연료재인 데다 병충해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국내 위성 천리안이 2014년 가을 찍은 영상을 보면 남한지역은 영토의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여 있는 반면, 북한은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림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돼 있다.
북의 산림 황폐화는 남한에도 재앙이다. 휴전선 이남 임진강과 한강 하류의 범람은 북한의 민둥산이 한 원인이다. 휴전선 인근에서는 산림 병해충 발생도 증가했다. 민간단체들이 1999년부터 2017년까지 60여차례에 걸쳐 북한에 묘목과 종자, 양묘장 현대화 등을 지원한 것도 이런 피해를 줄여보려는 것이다. 유전자가 다른 중국산 묘목이 북한에 도입되면서 남한 숲이 생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이런 노력은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한 산림의 환경·생태 복원 협력에 합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해 남북 간 산림분과회담과 금강산 산림 병해충 실태조사, 개성지역 소나무 공동방제 등이 두 차례 이뤄진 게 전부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산림협력은 멈춰서 있다.
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남북한 산림협력으로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숲을 가꿈으로써 지구적 과제인 온실가스 줄이기를 실천하는 한편 남북관계도 개선한다는 뜻이다. 국내가 아닌 지역에서라도 산림을 조성·복원하면 그 국가의 탄소감축분으로 인정하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를 활용하는 것이다. 북의 호응을 기대한다.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 한반도가 단풍 든 풍경, 생각만 해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