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글래스고|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며 취임 이후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호주, 베트남 등 정상들과 취임 이후 첫 만남을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단시간 간담”을 했다고 발표했다. 외무성이 정상간 정식 회담을 지칭하는 ‘수뇌 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볼 때 비공식 약식회담(풀 어사이드) 방식의 대화였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미·일동맹 강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과 지역 정세, 기후 변화 대응에서 계속 긴밀히 협력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철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며 조기에 미·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두 정상의 회담과 관련해 별도의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쿼드(미국·호주·영국·일본의 비공식 안보협의체) 참여국 정상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각각 만났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와 존슨 총리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증진하기 위한 협력을 확인하고, 양국 방위군 간 합동훈련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모리슨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지역을 위한 양자 및 쿼드 4자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도 만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수십년째 갈등을 벌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인도, 스리랑카, 몽골 등 정상과도 간담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반면 COP26 개최 기간 동안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1일 글래스고에 도착했던 문 대통령은 이튿날 오후 순방일정을 위해 헝가리로 출국했다. 국내 총선을 마치고 COP26으로 향한 기시다 총리는 2일 오전 영국에 도착했다가 이튿날 귀국길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의 전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1년 재임 기간 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한번도 갖지 않았고 양국의 얼어붙은 관계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