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남은 마지막 고래 ‘벨라’ 내년말 '고향 북극해' 야생적응장 간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고래인 ‘벨라’가 내년말 고향 북극해의 야생적응장으로 이송된다. 현지 적응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벨라는 빠르면 2023년쯤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하 롯데월드)은 5일 오전 전문가 및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월드에 남은 마지막 벨루가(흰고래)인 벨라를 내년 말까지 야생적응장으로 이송할 목표로 야생적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롯데월드는 북극권의 어느 야생적응장으로 이송할지는 아직 검토·협의 중이며 해외 야생적응장 측에서 비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루가가 북극해에 사는 해양포유류여서 야생적응장 후보지로는 북극해 쪽인 아이슬란드, 캐나다, 러시아 등이 꼽힌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벨라는 롯데월드가 수입했던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가 폐사하고 마지막 남은 벨루가다. 올해 10살인 암컷으로 길이는 3.8m, 무게는 800㎏ 정도다. 서울대공원 등에 있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삼팔이 등이 모두 고향 제주바다로 돌아가거나 다른 수족관으로 이송되면서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고래류이기도 하다.

벨루가는 ‘하얗다’는 뜻의 러시아어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동물을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에서 LC(Least Concern·관심필요)로 분류하고 있다. IUCN은 벨루가 성체가 야생에 13만8000마리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월드에선 2016년 당시 5살이었던 수컷 ‘벨로’가 패혈증으로 폐사했으며 2019년에는 12살된 수컷 ‘벨리’가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2014년 10월 롯데월드 측이 벨루가 전시를 시작했을 때부터 “몸길이 3~5m인 벨루가를 7.5m 깊이의 좁은 수조에서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라면서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낼 것을 주장해왔다. 롯데월드 측은 이를 받아들여 2019년 10월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측은 벨루가 방류 절차는 크게 7단계로 현재 1~3단계에 해당하는 건강평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말 4단계에 해당하는 방류 적응장으로의 이송 이후에는 현지 적응 과정을 거쳐 최종 방류가 이뤄지게 된다. 롯데월드는 지난해부터 적합한 야생적응장을 찾기 위해 현지 답사 및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국내에서 벨루가 출현이 목격된 동해안 장생포 등도 거론됐지만 롯데월드 측이 기존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에 야생 방류해 원래 개체군에 합류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워 국내 후보지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이슬란드, 캐나다, 러시아 등 해외의 야생적응장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의 돌고래 바다쉼터다.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 소유의 세계 최대 수족관 시라이프는 2012년 중국 상하이의 창펭수족관을 인수한 뒤 헤이마이섬에 바다쉼터를 만들어 창펭수족관에 있던 벨루가 두 마리를 이송한 바 있다. 시라이프가 벨루가들을 바다쉼터로 보낸다고 발표한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실제 이송하기까지는 7년, 바다쉼터에 간 뒤 실내수조 적응 과정을 거쳐 바다쉼터로 들어가기까지는 1년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내년말 벨라가 헤이마이섬에 가더라도 적응과정과 평가를 거쳐 고향 북극해의 바닷물을 만나는 것은 빨라야 2023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측은 국내외 전문 수의사 협진을 통해 벨라의건강관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진에는 대만 국립해양생물박물관, 러시아 프리모스키 아쿠아리움, 일본 카모가와 등의 수의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벨라는 야생에 나가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적응훈련도 받고 있다. 먹잇감으로 활어를 주고 사냥하도록 하는 것과 다른 벨루가를 만났을 때 정상적인 사회행동 반응을 보이는지 등 관찰하는 등의 내용이다. 롯데월드 측은 이날 벨라가 수족관에서 급여한 활광어를 잡아먹는 영상을 공개했다. 실제 야생에서 벨루가가 먹게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광어를 급여한 이유는 사냥능력이 저하된 벨라가 느린 물고기부터 사냥해 점점 더 빠른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측은 또 홀로 수족관에 남아있는 벨라를 위해 야생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고래류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사회적인 행동 반응을 관찰해 왔다. 벨라는 큰돌고래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포식자인 범고래를 보았을 때는 빠르게 유영하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이는 등 정상적으로 행동했다. 롯데월드는 전문가들과 함께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벨라가 원활하게 무리에 합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벨라가 실제 야생적응장으로 가기까지는 남은 과제들도 많다. 고래류 방류에서는 포획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개체일 것, 가능하면 짝을 지어서 방류할 것, 원서식지에 방류할 것 등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한데 이대로라면 벨라는 혼자서 야생적응장에 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혼자 남아있는 벨루가 암컷 루(11세)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도 사육 중이던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폐사했다.

2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헤이마이까지 벨라가 건강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양호한 체력을 유지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한국에서 아이슬란드 공항까지는 17시간이 걸리며, 공항에서 헤이마이섬까지는 육상으로 3시간, 배로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5일 오전 롯데월드 회의장에서 열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방류 관련 전문가, 기자 간담회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고정락 관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 첫번쨰부터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오른쪽부터 세명대학교 보건바이오대학 어경연 교수,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박사, 이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장유경 사무관 등 벨라 방류를 위한 방류기술위원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5일 오전 롯데월드 회의장에서 열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방류 관련 전문가, 기자 간담회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고정락 관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 첫번쨰부터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오른쪽부터 세명대학교 보건바이오대학 어경연 교수,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박사, 이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장유경 사무관 등 벨라 방류를 위한 방류기술위원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이날 간담회에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 고정락 박사,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장유경 사무관,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박사, 세명대학교 보건바이오대학 어경연 교수,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 등 벨라 방류와 관련해 기술위원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고래 ‘벨라’ 내년말 '고향 북극해' 야생적응장 간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고정락 관장은 “벨루가 방류는 아쿠아리움에서 과학적 조사 연구 후 방류 개체가 건강하게 야생성을 회복해 원래 개체군과 합류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방류의 성공 조건은 최종적으로 살아갈 서식지가 야생적응장인지 야생 방류인지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방류 개체의 인지력, 적응력 및 체력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서울 내 마지막 고래인 벨루가 벨라가 수조 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제공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기범 기자.

고 관장은 이어 “변화한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류의 전제는 벨루가가 야생에서도 잘 살아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양생물의 야생 방류는 소요시간이 긴, 복잡한 프로젝트로 신중하게 전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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