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메시지 쏟아낸 이재명, ‘검사 외길’ 윤석열과 차별화 시동

김상범 기자

“부자나라에 가난한 국민 온당치 않아”…민생·실용 승부수

각종 ‘이재명표’ 입법·예산안들 밀어붙여 상대 압도 전략

<b>지적장애 특수학교 방문</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방문해 홍용희 교장의 안내를 들으며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적장애 특수학교 방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방문해 홍용희 교장의 안내를 들으며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와의 대결을 두고 “예측했던 결과라서 별로 놀랍지 않았다. 각이 서게 됐다”(지난 6일 ‘검언개혁 촛불행동연대’ 대담)며 ‘민생’과 ‘실용’이란 키워드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고발 사주 대 대장동 의혹 같은 네거티브 소재 대신 본선 구도를 정책 경쟁으로 이끌어 ‘수사 전문가’인 윤 후보와 대비되는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7일 정책 관련 메시지와 행보를 쏟아냈다.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 데 대해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을 위로하는 성격도 있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매출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이라며 “구휼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인 만큼 대상을 선별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어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원가량 될 거라고 한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며 “부자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고 했다.

이 후보는 의회 과반을 차지한 여당의 측면 지원도 적극 활용할 태세다. 각종 ‘이재명표’ 입법과 예산안을 전방위로 밀어붙여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및 손실보상 하한액 증액 등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키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도시개발법·초과이익환수법 같은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 관련 법안도 입법 트랙을 밟고 있다. 정부·여당의 각종 민생 의제도 이 후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원식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SNS에서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당과 이 후보 중심으로 가계부채관리특위와 같은 특별기구를 통해 이번 대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의혹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고발 사주·가족 비리 의혹을 부각시키며 일일이 맞불을 놓으려면 상당량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전날 윤 후보를 향해 “저는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그분(윤 후보)은 주로 과거 이야기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인 무시 전략이다.

대신 이 후보는 풍부한 행정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노하우 등 자질론을 부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이날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를 찾아 “특수학교도 바람직하지만 제일 이상적인 형태는 비장애인과 함께 통합교육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행정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별도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별도의 교육을 하는 것이 비용이고 이후 사회 적응 과정을 보면 오히려 통합교육이 비용이 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행보는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해 검사 외길을 걸어온 윤 후보와 적극 차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중·고등학교도 못 간 흙수저 출신으로 시민운동에 매진해온 변호사와, 고시 합격 후 검사로서 편안하게 살아온 금수저 출신 윤 후보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며 “대비되는 삶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결국 누가 나라를 이끌 사람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후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후보 측은 “윤 후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시의회는 극단적인 여소야대 구도였다”며 “이 후보만큼 의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몸소 체험하면서 고민을 겪은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경험이 없긴 하지만, 대선 후보의 필수 자질인 의회 협상력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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