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이용욱 논설위원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해 2월10일 강원 평창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해 2월10일 강원 평창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미국 국무부 수뇌부는 장관과 2명의 부장관, 6명의 차관으로 구성된다. 차관 아래 차관보는 한국 외교부로 치면 국장급이다. 그런데 차관 업무 범위가 넓어 개별국가에 대한 현안들은 차관보들이 직접 챙긴다. 그러다보니 미·중·일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하던 1960~80년대 한국 정부에 대한 동아·태차관보의 위상은 대단했다.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큰 뉴스거리였다. 국무장관 이름은 몰라도 동아·태차관보 이름은 귀에 익었다.

역대 차관보 중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 리처드 홀브룩이다. 1979년 10·26 박정희 암살에 이어 신군부의 12·12쿠데타와 맞닥뜨린 게 그다. 그는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치일정에 관여했으며, 12·12쿠데타 직후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 대사에게 신군부를 견제하는 입장을 취하도록 했다. 최근 인물로는 주한 미 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있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상당한 역할을 했다.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부시 행정부하에서도 협상파답게 2005년 북핵 해결 포괄적 원칙을 담은 9·19성명 채택을 주도했다. 일본의 저명 외교 저널리스트 후나바시 요이치는 <김정일 최후의 도박>에서 “힐은 교섭에 자신감이 있었다.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한 지 1년도 안 돼 협상가로 기용됐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미 국무부의 한 외교관은 ‘힐이 중고차를 판다면 대단할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10일 방한해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차례로 만난다고 한다. 미 국무부 차관보들이 여야 후보들을 만나는 일은 전에도 있었다. 주한 미 대사들이 대선 후보들을 수시로 만났으니 그보다 상급자인 차관보가 만나는 것에 이상할 게 없었으리라. 그런데 이번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대선 후보 만남을 불편하게 보는 해석들이 나온다. 국장급 인사가 대선 후보를 공개 면담하는 것이 격에 맞느냐거나 문재인 정부를 홀대한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물론 대선 후보들도 미국으로부터 존중을 받고자 하는 한국민의 뜻을 좀 더 살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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