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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섞음의 원리

입력 2021.11.12 03:00

수정 2021.11.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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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섞음’일 것입니다. 여러 식재료들을 알맞게 준비하고 잘 섞어주면서 최상의 맛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식재료가 고체라면 서로 섞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액체 상태인 경우라면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학에서는 ‘Likes dissolve lik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역해보면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 정도가 되겠네요. 액체에 다른 어떤 것을 녹일 때 서로 비슷한 성질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잘 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이 서로 비슷한 것들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친수성과 친유성입니다. 친수성이란 물과 친한 성질, 친유성은 기름과 친한 성질인데요. 다시 말해 물에 잘 녹는 물질과 기름에 잘 녹는 물질로 구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금이 물에는 잘 녹지만 기름에는 잘 녹지 않는 이유는 소금이 친수성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고추기름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친유성 물질이어서 고추를 기름에 볶으면 기름에 잘 녹아 나옵니다. 너무 매운 요리를 먹어 고통스러울 때 우유가 도움이 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유에는 캡사이신을 제거해줄 지방이 풍부하기 때문이죠.

요리 과정에서 처음과는 다르게 그 성질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밀가루는 처음엔 물과 잘 섞이지 않지만 반죽을 하면 잘 섞입니다. 그 이유는 처음엔 단단하게 뭉쳐있던 밀가루 알갱이들이 반죽하는 과정에서 풀어지면서 점차 친수성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물에 완전히 녹는 것은 아니고 물을 흡수하여 탄력있는 반죽 덩어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성질이 아니면 아예 섞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마요네즈를 들 수 있는데요, 마요네즈의 주재료는 식용유, 물 그리고 식초입니다. 기름과 물은 서로 상극인데 도대체 어떻게 섞어 놓은 것일까요? 그 비밀은 또 다른 재료인 달걀 노른자에 있습니다. 노른자에는 레시틴이란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이 식용유와 물이 잘 섞이게 해줍니다.

이처럼 비슷하지 않은 것들을 섞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을 계면활성제라 합니다. 레시틴 단백질도 계면활성제의 일종인 것이죠. 우유에 들어 있는 카세인도 우유의 주성분인 지방과 물이 잘 섞이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여기에 소금을 넣으면 카세인의 활동이 방해받아 물이 분리되면서 치즈가 만들어집니다. 계면활성제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내부에 친수성과 친유성 부분을 모두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를 날짐승이라 할 수도 있고, 들짐승이라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식재료를 잘 섞기 위해서는 그 재료의 성질이 어떤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유유상종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서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뜻이죠. 그러고 보니 과학, 요리 그리고 우리 삶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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