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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블라블라식’ 기후위기 대응으론 안 된다

입력 2021.11.15 03:00

수정 2021.11.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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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이 영국 글래스고에 모여 2주가 넘도록 머리를 맞대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열어 내놓은 해법은 실망 그 자체다.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는 연약한 행성”(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당면한 기후위기에 비하면 합의문은 한가해 보일 정도다.

박영환 국제부장

박영환 국제부장

‘글래스고 기후조약’에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당초 석탄발전 중단에서 ‘탄소배출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 중단으로 후퇴했고 마지막에는 중단이 ‘단계적 감축’으로 완화됐다. 또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 제한’이란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음에도 내년에 NDC를 다시 점검하겠다며 얼버무리고 넘겼다. 지금 상태라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은 2.2~2.7도에 이를 것이라고 유엔은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유한 나라들이 내기로 한 연간 1000억달러 기후기금 약속을 이행할 구체적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평가가 정확하다. “블라블라블라(Blah, blah, blah·어쩌고저쩌고).”

많은 한국 시민들은 이 소식을 그저 해외뉴스 또는 미국이나 중국, 영국, 인도 등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할지 모른다. 툰베리의 절망을 보면서 한국 정부, 한국 시민인 나 자신의 책임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의 주요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가 지난 170년간 세계의 탄소배출을 분석한 결과 인구 12%에 해당하는 23개 선진국이 총 탄소의 50%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도 주요 탄소배출국에 들어 있다. 한국은 2020년 6억t이 넘는 탄소를 배출하며 세계 9위를 기록했다. 1인당 탄소배출량은 11.7t으로 세계 5위에 이른다. 영국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은 2016년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뽑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인도 등을 탓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의 대응부터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지난 4일 COP26에서는 40개 국가가 2040년대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세계 석탄을 청정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한국도 명단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COP26 기조연설에서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사흘 만에 그 시점을 더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노력하겠다는 뜻”이지 탈석탄 시점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COP26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고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COP26을 앞두고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NDC를 제시했다. 2017년 대비 24.4% 감축이었던 2019년 제시 목표를 크게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너무 급진적”이란 반발과 “현실성 없는 목표”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을 기반으로 탈탄소 목표를 세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계획도 안 보인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전력, 철강, 석유·화학 분야 기업들의 협조가 절실한데 이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책도 세우지 않은 채 비현실적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산업구조 재편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을 배제한 채 재생에너지 비중을 71%까지 높인다는 정부 구상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영국 등의 원전 회귀는 이런 논란을 부추겼고, 보수 언론들은 원전 불가피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 사회의 탈탄소 로드맵에 대한 보다 활발한 토론과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대로 탄소중립은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는 일이 쉬울 리 없다는 점이다. 공허한 미사여구만 있는 ‘블라블라식 대응’으로는 한국 사회를 탄소중립으로 안내할 수 없다. 지구를 살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 정치, 광고가 아니라 돈, 과학, 공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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