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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감귤

요즘 귤이 제철이다. 대형마트에는 귤이 상자째로 쌓여 있다. 각종 과일이 연중 끊이질 않고 진열장을 채우니 과일 귀한 줄을 모르겠거니와 제철이란 의미도 무색하다.

지금이야 귤이 흔해 누구나 맛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 임금께 진상하고 10월에 종묘에도 천신하던 과일이었으니, 서민들에겐 언감생심.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주에서 진상한 감귤이 도착하면,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황감제’라는 과거시험까지 치렀다.

숙종 때 제주 목사 이형상이 제주 곳곳을 시찰한 장면을 그린 <탐라순력도>에 귤과 관련된 장면이 등장한다. ‘감귤봉진’과 ‘귤림풍악’이라는 제목의 그림에서는 당시 감귤 관리와 과수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수확한 감귤 수량을 상세히 기록한 것을 보면, 무척 소중하게 다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감귤과 관련된 내용이 140여회나 등장한다. 그중 영조 대에 50여회로 가장 많다. 대부분 영조가 신하들에게 귤을 하사한 내용이지만, 당신도 생강과 혼합한 귤강차, 인삼을 넣은 삼귤차, 계피를 가미한 계귤차 등 귤차를 즐겨 드셨다 한다. 제주도에서는 국가 직영 과수원에서 귤을 재배 관리하였으나, 수량을 채울 수 없어 민가에도 귤을 재배하게 하고 철저히 감독하였다. 그러나 민가에서 낙과조차도 일일이 책임져야 하는 사태까지 이르자, 귤나무에 구멍을 뚫고 후춧가루를 부어 말라 죽게 하거나 끓는 물을 부어 죽이기까지 하는 폐단이 발생하였다. 귤나무가 백성들에게는 한마디로 애물단지였다.

“내 듣기로 귤나무가 자라면 끓는 물을 부어 죽여버린다니, 사실인가?”라고 영조가 묻자 신하는 그렇다고 답한다. 평소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던 영조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영조는 세손궁에도 진상한 감귤 공상을 금하게 하였다. 또 탱자나무 예를 들면서 “예전에 제주에서 탱자나무를 진상했을 때, 맛을 보고 맛있다고 하면 계속 진상할 것이니 아예 맛도 보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하였다. 혹여 임금이 좋아한다고 하면 진상하고 그 폐단은 고스란히 백성에게 돌아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반의 밥 한 알 한 알이 모두 신고(辛苦)의 결집이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라며 백성의 노고를 헤아린 영조. 자식을 뒤주에 가둬 죽게 한 냉정한 아버지였지만,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원성이 자자했던 감귤 진상은 고종 31년(1893)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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