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 “고위급 협상 이끌어야”
중 “미국 먼저”…회의적 전망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략적 안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미·중 핵군축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전략적 안정에 관한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두 정상은 논의를 진척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을 포함해 안보, 기술, 외교 부문에서 권한을 부여받은 양국 고위급이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략적 안정은 핵과 같은 전략무기로 인한 위협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월 양국 간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지난 6월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안정에 관한 미·러 대통령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기로 한 뉴스타트 연장을 넘어 포괄적 핵군축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탄두 증강 문제가 논의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 움직임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에 민감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도 핵무기 통제 협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전략무기 개발의 후발주자이고 핵탄두 수도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훨씬 적다며 협상 참여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 후 나온 미국 안보사령탑의 전략적 안정에 관한 논의 시작 발언은 양국 간 전략무기 감축 논의 시작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논의에 밝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이 회담에서 중국 측 고위급 인사의 전략적 안정 논의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실제 군축 분야에 대한 미·중 고위급 협상이 시작된다면 첫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물이 될 수 있다. 중국을 미·러 간 군축 논의에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여온 바이든 정부로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과의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훨씬 더 깊은 역사가 있고 더 무르익은 러시아와의 대화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양상의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 측이 먼저 핵감축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의가 시작돼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럴 킴벌 미 군축협회 사무총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기적인 핵위험 감축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미국이 이 문제를 양자 관계의 우선 목표로 설정하지 않는 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