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장 김윤전씨

김윤전 이화여대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투명유리벽 부딪혀 죽은 야생조류
매일 SNS 올리며 인식 개선 노력
충돌 저감사업 ‘비교 데이터’ 구축
제보 통해 쌓이면 변화에 힘이 돼
더 많은 이들이 관심 가져 줬으면…
오목눈이, 진박새, 울새… 서로 다른 새들의 사진이 매일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새들이 자유롭게 나는 모습, 나무에 앉아 쉬는 모습은 아니다. 이 계정의 새들은 유리창 앞,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의 계정이다. 새들은 유리창에 반사된 하늘을 실제인 것으로 착각해 날아오다 부딪쳐 죽거나 다친다. 이화여대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은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리창에 충돌한 새들을 발견하고 사진을 공유한다. 이 팀을 만들어 2년 넘게 이끌고 있는 김윤전 팀장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 중이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한 카페에서 김 팀장을 만나 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 팀장이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년 전 학교 내에 지어진 ‘연구협력관’이라는 건물 때문이다. 이 건물은 반사성이 강한 유리로 벽이 만들어져 있어 새들이 반사된 하늘, 나무 등을 보고 실제인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구조다. 김 팀장은 이 건물을 시작으로 모니터링에 나섰고, 이후 팀원을 모으고 점차 영역을 넓혀 현재는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Ewha Campus Complex) 등 다른 건물 주변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야생조류가 유리창에 충돌한 사례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모니터링 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야생조류의 충돌 사례 사진이 올라온다. 이화여대의 충돌 사례가 유독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기록’하는 것의 차이도 있다. 김 팀장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기록해야만 새가 죽는 것이 보인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안 죽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식하거나 휴식할 곳이 없는 도심에서 새들은 고궁, 공원 등 녹지를 찾게 된다. 이화여대는 학교 내 녹지가 잘 조성돼 있고 학교 뒤에 산도 있어 새들이 쉬기 좋은 곳이다. 그럼에도 이화여대의 건물 구조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다. 김 팀장은 “덫을 만들어둔 것”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유리창으로 전면이 구성된 ECC의 경우 양옆에 관목을 심어뒀는데, 쉬기 위해 이곳을 찾는 새들이 이동하다 충돌할 위험이 큰 구조다. 김 팀장은 “실제로 충돌하는 사례 중 관목에서 지내는 종이 많다”고 말했다.
어린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한 모습을 보는 것은 그간 숱한 사고를 봐온 김 팀장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다. 지난 5월에는 어린 오목눈이 다섯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온기가 남은 채 발견됐다. 며칠 전에는 다친 오목눈이 성체도 발견했다. 김 팀장은 “어린 오목눈이들이 아마 둥지에서 거의 첫 비행을 하자마자 죽은 사례일 것”이라며 “(어미 새가) 열심히 벌레를 물어다 주면서 키웠는데 한 번에 몰살당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새들이 유리창과 충돌해 죽은 사체를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 팀장은 그 이유를 ‘데이터’의 축적에서 찾는다. 기록된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알고, 정책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기반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충돌사고 저감 조치를 우선 설치해야 할 지역, 저감 조치의 효과 분석 등에 사용된다. 그래서 김 팀장은 말한다. “알아주시고, 살펴봐주시고, 기록해주세요. 유리 건물, 유리 방음벽이 있다면 더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더 많은 기록은 변화를 가져오는 데 어마어마한 힘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