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실 시간 임박하자 순찰차·봉사 오토바이 ‘수송’ 역할 톡톡
코로나 확산세에 시험 종료 후에도 오락실 등 한산한 분위기
길었던 하루…수고했어, 오늘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후배의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밖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화외고에서 학부모가 시험을 마친 자녀를 안아주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김창길 기자·박민규 선임기자·연합뉴스
“시험이 끝나면 먼저 엄마, 아빠를 안아주고 친구들이랑 놀러갈 거예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아침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 리라아트고 3학년 이준서양(19)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친구 3명과 셀카를 찍었다. 체육학과에 가고 싶다는 이양은 “19세 마지막 추억으로 남기려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며 “시험이 끝나면 엄마, 아빠를 안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단체응원이 2년째 없었지만 시험장 앞은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가족과 친구들로 북적였다. 수능을 치르는 딸을 들여보내고도 교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임모씨(52)는 “무사히 건강하게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씨(50)는 “아이가 얼마나 떨리겠나. 떨린 마음 붙잡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체응원 부럽지 않은 이색 응원도 눈에 띄었다. 최유진씨(20)는 두 번째 수능을 치르는 재수생 친구를 위해 전면에 호랑이 얼굴이 크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응원에 나섰다. 최씨는 “친구가 ‘호랑이 기운’을 받았으면 해서 깜짝 이벤트로 호랑이 티셔츠를 입고 왔다”며 “친구가 코로나19 시기에 수능을 준비하면서 힘들어해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실 시간인 오전 8시10분에 임박하자 경찰 순찰차나 수험생 수송 봉사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한 수험생들도 보였다. 서울 경복궁역 앞에서는 오전 6시30분부터 라이더 5~6명이 오토바이를 대기시켜놓고 수험생을 기다렸다. 정운상씨(51)는 입실 시간을 15분가량 남겨두고 택시에서 내리며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한 수험생을 시험장까지 태워다줬다. 수험생을 태워다주고 돌아온 정씨는 “학생이 3~4분 정도 남기고 시험장에 들어간 것 같다.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종료 30분 전부터 서울 서초고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부모들은 아이가 교문 밖으로 나오자 두 팔을 벌려 “수고했다”며 격려했다. 학부모 김모씨(51)는 “그동안 고생했고 아이가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험생 권석진씨(21)는 “국어와 수학 체감 난도가 높았는데 일단 끝났으니 다 잊고 친구들과 회포를 풀러 갈 생각”이라며 “코로나19로 컨디션 관리도 힘들었는데 오늘만큼은 편히 놀고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시험 종료를 한 시간 앞둔 시각부터 전북 전주시 한일고 정문 앞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북적거렸다. 학부모 김정남씨는 “올해는 다행스럽게도 수능한파가 없어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에도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만 수험생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의식한 듯 잠깐의 자유를 만끽하고 귀가를 서둘렀다. 상인들도 “예년 수능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평소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커피숍이나 오락실, 동전노래연습장, 즉석사진관 등도 크게 붐비지 않는 모습이었다. 수험생 안모양(18)은 “수능을 치르고 해방된 기분을 느끼기 위해 단짝 친구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면서 “친구와 저녁을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은 뒤 집에 일찍 들어갈 생각이다. 집에 가서 수능 정답을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마음 놓고 쉬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의 번화가인 인계동 거리 역시 수능 뒤풀이를 즐기려는 수험생들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족 단위 손님들이 주로 찾는 식당들 역시 성인들만 있을 뿐 수능을 마친 학생 손님은 없었다. 인계동 나혜석거리에서 5년 가까이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수능이 끝나면 뒤풀이를 하러 나오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