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은 “어류를 도살할 때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식용 어류도 동물보호법으로 보호해야 하며 식용 어류의 동물복지를 위해 활어회 구입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도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어류를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 비율. 어웨어 제공.](https://img.khan.co.kr/news/2021/11/22/l_2021112201002892700259603.jpg)
어류를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 비율. 어웨어 제공.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지역 20~69세의 성인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9.2%는 어류를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의 92.1%는 어류를 물에서 꺼내 공기 중에 방치해 죽일 때 어류가 고통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81.5%는 식용 어류에 대해서도 다른 농장동물과 마찬가지로 운송과 도살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으로 식용 어류도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5.4%로 나타났다.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잡힌 물고기가 빙판 위에 방치돼 있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https://img.khan.co.kr/news/2021/11/22/l_2021112201002892700259601.jpg)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잡힌 물고기가 빙판 위에 방치돼 있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이 같은 국민 인식과 달리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에서는 좁은 얼음 밑에 갇혀 긴 시간 굶주리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던 어류를 축제 참가자들이 잡는 행태가 되풀이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맨손잡이 체험장에서 아가미가 찢긴 산천어나 낚시로 잡힌 뒤 빙판 위에서 방치된 채 질식사하는 산천어의 모습은 동물보호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화천군 산천어축제에 대해 “오락과 유희 및 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아이들이 살상에 무뎌지도록 조장하는 반교육적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도 산천어 축제에 대해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 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온 바 있다.
화천군은 검찰이 산천어축제가 동물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고검 춘천지부는 지난해 7월 7개 동물보호단체 등이 화천군수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항고한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화천군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산천어축제를 정부의 위드코로나에 따라 내년부터 다시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화천군은 정부의 위드코로나에 따라 내년 1월 8~30일 산천어축제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잡힌 산천어들이 빙판 위에 방치돼 있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https://img.khan.co.kr/news/2021/11/22/l_2021112201002892700259602.jpg)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잡힌 산천어들이 빙판 위에 방치돼 있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양식 어류도 양돈, 양계농가의 동물복지축산인증제처럼 정부가 동물복지, 위생 등의 기준에 따라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8.6%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를 고려해 생산된 수산물을 구매할 때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7.7%였다.
어웨어는 전반적으로 식용 어류의 동물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던 것에 비해 어류가 산 채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물복지 측면의 문제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어류를 산 채로 유통하는 것이 어류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48.2%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어류 복지를 위해 활어회 구입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54.8%였다.
양식 어류를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요리하기 직전’이 43.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양식장에서 포획한 직후’(25.2%), ‘양식장에서 도살 단계로 옮긴 직후’(21.5%)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어류를 산 채로 유통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45.8%로 나타났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는 2008년 양식 어류에 대한 운송, 도살, 기절, 살처분 기준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했으며 영국, 독일, 스위스, 호주 등은 어류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법을 적용해 학대 금지 등 최소한의 보호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양식 어류의 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바 없으며,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에서 동물로 분류하지 않아 의도적인 학대조차 금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식용 어류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동물복지 고려 대상을 점차 확장하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