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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참회·사죄 없이 부끄럽게 생 마친 ‘학살자’ 전두환

입력 2021.11.23 20:40

수정 2021.11.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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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끝내 참회·사죄 없이 부끄럽게 생 마친 ‘학살자’ 전두환

대한민국 5번째(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했다. 지난 8월 혈액암 진단을 받은 전씨는 쇠약해진 몸으로 투병하다 이날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쓰러져 향년 90세로 삶을 마감했다. 이로써 전씨는 5·18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하며 집권하고도 끝내 속죄하지 않은 군인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쓰이게 됐다. 일말의 동정조차 느낄 수 없는 부끄러운 죽음이다.

전씨의 집권 8년(1980~1988)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압살한 암흑기였다. 그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보안사령관)으로 10·26사태를 수사하다 신군부를 이끌고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찬탈했다. 집권 후 계엄령·휴교령을 내려 ‘서울의 봄’으로 불린 민주화 바람을 짓밟았고, 광주 민주항쟁에는 공수부대를 투입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며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그러곤 정당을 해산하고 두차례 간접선거로 대통령직에 올라 5공화국 독재를 시작했다. 무고한 사람들을 삼청교육대로 보냈고, 집회·시위를 봉쇄했다. 고문·간첩조작 수사와 녹화사업(학생 강제징집)을 자행했고, 신문·방송은 검열한 기사만 내보내게 했다.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대 통치자금을 받아 부정축재도 했다. 1987년에는 개헌 요구에 ‘4·13 호헌 조치’로 맞서다 민주화 시위가 거세지자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고 물러났다. 그의 집권기엔 3저(저유가·저환율·저금리) 호황과 서울 올림픽 유치, 첫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성취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질식시킨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피로 시작해 시민의 저항으로 무너진 철권·폭압의 시대였다.

전씨는 1996년 내란·내란목적살인죄·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고 복역하다 1997년 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럼에도 전씨는 “5·18은 폭동”이라 하고, 회고록에선 헬기사격을 봤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다. 치매라면서도 골프를 쳤고,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버텨 지금도 추징금 2205억원 중 956억원이 미수금으로 남았다. 참회와 사죄는 없이 국민들의 부아만 돋운 안하무인의 삶이었다.

‘전두환 시대’의 그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은 중단되겠지만, 5·18 진상규명은 발포명령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헬기사격·성폭력·암매장의 진실은 다 풀지 못했다. 중단 없이 진행해야 할 일이다. 정호용 5·18 당시 특전사령관은 “전씨가 진상규명과 사과를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도 국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착수했다. 전씨를 단죄하고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푸는 것은 여전히 산 자의 몫이 됐다.

전씨는 “죽으면 화장해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족들은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임에도 내란죄로 실형을 받은 전씨는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 정부도 5·18을 간접 사과한 노태우씨와 달리 전씨는 국가장을 하지 않기로 했고, 청와대와 여야 대선 주자들도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군내 불법 사조직을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시민을 학살한 두 정치군인이 28일 간격으로 세상을 떴다. 오명을 벗지 못한 두 사람의 쓸쓸한 죽음이 결코 되풀이되어선 안 될 역사의 교훈으로 새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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