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노년에 대한 상상…성소수자라서 더 불안할 것 65%

박채영 기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과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날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과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날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우리가 죽으면 우리가 서로의 마누라라는 걸 누가 알아줄까?” 30대 성소수자 커플 맑음과 진기는 같이 산 지 7년째 되던 해에 차를 샀다. 부부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운전자 제한 없음’을 선택했더니 1.5배가 비쌌다.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아직 버거운 이들은 노후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고민을 한다. 나이가 들면 더 아플 일이 많아질 텐데 중요한 의학적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을지, 같이 산 집을 파트너에게 어떻게 온전히 남겨줄지가 걱정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는 지난 29일 ‘성적소수자의 나이듦에 대한 첫 번째 포럼’을 열었다. KSCRC는 지난 10월18일 성소수자 508명을 대상으로 노후인식 조사를 한 뒤 그 결과치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대국민 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홀릭 KSCRC 대표는 “성소수자가 나이듦에 대해 상상하거나, 어떻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 롤모델이 부족하다. 성소수자의 나이듦, 노후준비, 죽음, 장례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93.7%로 대국민 조사(92.6%)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노후 준비 지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선택 가능)에 성소수자가 주거(82.3%), 소득(71.5%), 돌봄을 포함한 건강(57.1%)을 답한 비율이 높았다. 대국민 조사에서 돌봄을 포함한 건강(69.7%), 소득(63.1%), 고용 및 일자리(47.6%)를 꼽은 것과 차이가 난다.

성소수자라서 노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5%가 ‘더 불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차이가 있진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1%, ‘성소수자라서 더 괜찮을 것’이라는 대답은 4%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도움이 되는 법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25.2%가 동반자법과 가족구성권을 꼽았다. 이어 동성결혼 법제화 22.7%, 차별금지법 13.7% 순이었다.

성소수자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장 걱정되고 두려운 것을 묻는 질문에 ‘나를 돌봐줄 가족, 친척, 친구 등 지인이 거의 남지 않을까봐’라는 응답이 3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권 향상이 되지 않아 나이들었을 때도 성소수자라서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회일까봐(29.9%)’와 ‘가난하거나 몸이 아플까봐 걱정이지 특별히 성소수자라서 더 불안한 건 없다(26.0%)’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성소수자라서 병원에서 마음 편하게 치료받지 못할까봐’라는 응답은 트랜스젠더퀴어(18.1%)가 시스젠더(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동일한 사람, 9.0%)의 두배였다.

한채윤 KSCRC 활동가는 “대국민조사와 성소수자 대상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기혼을 중심으로 노후 정책이 짜여질 경우 성소수자 국민은 그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에 가장 도움이 될 법으로 동반자법과 가족구성권 인정법이 가장 많이 꼽혔다”면서 “응답자들이 성소수자들에게만 적용되는 혜택보다는 이성애중심주의와 정상가족주의를 깨는 법을 만들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Today`s HOT
모스크바 레드 스퀘어에서 열린 아이스 링크 개장식 성지를 방문해 기도 올리는 무슬림 순례자들 양국 관계 강화의 시도, 괌과 여러 나라를 방문한 대만 총통 식량난을 겪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스위스 농부들의 시위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적들
3-2로 우승한 미네소타 와일드 하키 팀 뉴욕 테니스 경기 우승자, 엠마 나바로
홍수로 인해 임시 대피소 마련한 말레이시아 연말 시즌, 바쁜 우체국 물류 센터 브라질의 낙태 금지 개정안에 대해 시위하는 국민들 엘살바도르 광대의 날 기념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